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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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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현 건축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학회활동을 통해 배웠어요. 그때부터 지금껏 실천하고 있어요. 그 덕에 건축주를 만나 대화 나눌 땐

자연스럽게 경청하게 돼요.”






설계에도 ‘소통’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건축주가 원하는 설계를 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신봉현 씨.





하나 둘 선과 면이 늘어나고 평면의 대지에 공간이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공간에 싱그러움을 머금은 야채며 과일, 농부의 꿈을 먹고 커가는 가축, 미래를 키워가는 사람의 희망이 가득 들어찬다. 이 마법 같은공간을 만드는 주인공이 바로 건축사 신봉현 씨다. 올해로 설계경력 28년을 맞는다는 신봉현 씨. 전북 남원시에 있는 설계사무소를 찾아 신 씨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건축사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시공)감리’ 등을 하게 됩니다. 국가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고요. ‘건축사’ 시험을 통해서 자격을 부여합니다. 전 2013년도에 자격을 득했습니다. 현재는 이곳 남원에서 직원 두 명과 함께 작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건축사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고등부 부원회에 참석했는데, 거기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죠.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목표가 없다면 표류하게 된다.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제 목표를 건축사로 정했습니다.”



-. 건축사가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제게는 두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학력과 자격증에 대한 거였죠.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에 가지 못했어요. 빨리 사회에 나가서 뭔가 역할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근데, 학력이 발목을 잡더라고요. 설계 경력은 제가 더 많은데, 같은 일을 해도 대학 졸업장이 있는 사람하고 차이가 났습니다. 나중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야간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병행(竝行)’하는 일, 그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때 온몸으로 체득했습니다.”(웃음)



주경야독 생활은 신봉현 씨를 극한까지 내몰았다. 설계 일 자체가 신경도 많이 쓰이거니와 야근도 잦았다. 거기에 대학 공부와 학회 활동까지. 곧 쓰러질 것 같았던 신 씨를 잡아주고 곁에서 용기를 불어넣어 준건 학회 남자부들이었다.



-. 그래도 버티고 버텨서 이만큼 왔어요.

“신심(信心)을 놓치지 않고 실천하고 학회 활동에 도전하면서 다 극복했지요. 그리고 남자부 선배의 격려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정말 힘들 때가 있었어요. 겨울 초입이었는데, 야간 수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문틈 사이로 책 한 권이 꽂혀있었어요.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선생님의 ‘청춘대화’ 였어요. 책 맨 뒷장에 “사랑하는 후배님에게”로 시작되는 격려 글귀가 적혀 있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고, 가족 말고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용기가 생겼어요.”



-. 지금까지 28년 설계경력이 쌓였어요. 그동안 설계한 것이 많이 있겠네요.

“설계도 지역 영향을 많이 받아요.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그에 걸맞은 시공이 이뤄지고, 여기처럼 농촌지역은 시설물을 많이 설계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농협 시설물을 들 수 있겠네요. 그리고 지방특산물 홍보관도 있고, 개인이 발주한 축사 같은 것도 있고요. 또, 익산시에 있는 론 볼링장, 남원시 체육공원의 인라인(롤러) 하키장도 저희가 설계해서 시공한 거죠.”



-.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무엇인가요.

“‘건축물은 건축주가 원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입니다. 그러려면 건축목적과 막연한 계획을 끄집어 내어 형상화시킨 현실적인 제한 요소를 배제하며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소통입니다. 건축은 옷 가게에서 디자이너가 기획하고 공장에서 만든 기성복이 아니라, 내 몸에 맞고 선택한 옷감으로 만들어지는 맞춤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소통에 특별히 방점을 둔 계기가 있나요.

“마음을 안다고 할까요. 관급공사와는 달리 일반 건축주 대부분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몇 배는 더 되는 시간 동안 공들여 계획한 걸 저희에게 맡기는 겁니다. 그분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생계와 직결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 요구 사항을 정확히 알아야죠. 그러려면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상대와 인터뷰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신 씨는 학회 활동 하면서 쌓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학회 활동을 통해 배웠어요. 그때부터 지금껏 실천하고 있어요. 그 덕에 건축주를 만나 대화 나눌 땐 자연스럽게 경청하게 돼요”라고 말한다.



-. 의뢰를 받게 되면 시공완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먼저 건축주 의견을 청취하게 됩니다. 사용 목적과 용도, 그리고 특별한 요구 사항 등이 있는지 의견을 나누어요. 그다음에 기본안을 만들고 건축주에게 승인을 받게 됩니다. 이때 수정사항이 생기면, 반영된 안을 갖고 다시 승인을 요청합니다. 승인이 떨어지면 본설계를 하고 관계기관에 행정절차(인허가)를 밟고, 허가가 떨어지면 시공에 들어갑니다. 중간마다 도면대로 제대로 시공되고 있는지 감리도 하고요. 시공이 끝나면 최종사용승인을 거쳐 목적에 맞게 시설을 사용하게 됩니다.”



-. 설계사가 행정절차까지 밟는군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설계할 때보다 더 많은 신경이 쓰여요. 인허가가 늦어지면 그만큼 시공도 늦어지고 전체적으로 공사기간,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요. 그럼 건축주 입장에서는 손해거든요. 그래서 인허가 요건에 맞는 설계와 함께 관련 서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자칫 서류가 한 장이라도 누락되면 낭패를 보게 되죠. 실제로 그런 일도 있었고요. 서류 한 장 빠져서 수억 원대의 공사를 못할 뻔했죠. 발 빠르게 대처해서 다행히 무사히 시공을 완료할 수 있었어요.”



-. 건축설계도 계속 변화가 생기잖아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역시 주경야독이죠.(웃음) 그런데 이전과는 그 양상이 좀 달라요. 그전은 뭔가 의무감으로 했다면, 지금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제가 처음 설계를 배울 때는 손으로 그리고 계산기를 두드려 계산하고 그랬습니다. 그 다음엔 컴퓨터를 활용한 CAD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건축통합3차원설계(BIM)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따라가 적응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앞으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설계가 있나요.

“건축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설계를 해보고 싶어 틈틈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건축주와 소통하고 내가 만들어낸 설계안을 장확히 전달하려면 요즘 전분야에서 활용되는 시뮬레이션 기술도 건축설계에 적극 활용돼야 합니다. 뒤처지지 않게 더 노력해야죠.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제가 설계한 건물을 가지고 싶습니다.”(웃음)



신 씨는 일을 해오면서 ‘단련’이라는 단어를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처음 이 길로 발을 들여 놓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련의 연속이었죠. 뭐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라는 신 씨. 어려운 고비가 올 때마다 그를 받쳐준 건 신심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마음에 두는 어서 한 구절을 꺼냈다. “마음의 스승이 될지언정 마음을 스승으로 삼지 말지어다”(어서 892쪽)라는 구절이다. 신 씨는 “제게는 아직 도전해야 할 것도 바꿔내야 할 것도 많아요. 그렇기에 앞서 말한 어서 구절을 항상 새기며 정진하려고 합니다”라며 각오를 내비쳤다. 인생의 견고한 금자탑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신봉현 씨. 그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전주권 副지역장






조성연(syjo@) | 화광신문 : 20/07/17 13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