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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유경호 건양대학교병원 응급실 간호사

코로나19 최절정 때 ‘응급실 간호사’로 첫발! 오직 사명감 하나로…



 



“첫 출근을 했던 3월 초는 확진자가 하루에 500여 명씩 증가하는 확산 최절정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많을 때이기도 했고요… 그 때문에 숱하게 부닥치기도 하고, 수없이 부대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가장 힘들 때, 가장 많이 성장하는 법이잖아요. 온몸으로 맞서며 스스로가 견고해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의료 최일선에서 분투한 유경호 씨가 의료진들과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한 국민들에게 존경과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첫 여성 보병 소대장이 탄생했다. 미 해병에서 가장 혹독한 군사 훈련 과정을 수료하고, 극적인 변화가 찾아온 순간이다. 이처럼 시대는 남녀의 구별보다 능력의 유무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에서 ‘성(Gender)’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한동안 금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간호직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남성 최초로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지 58년 만인 올해, 드디어 남자 간호사 2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 그 생소하고도 매력적인 세계에 뛰어든 유경호 씨를 만나, 남자 간호사의 사명과 응급실 간호사의 숙명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제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으로서 성명(聲明)을 엿봤다.



-. 남자 간호사는 100명 중 3명꼴이라죠.

“간호 실습 때의 일인데요. 한 분이 ‘학생도 간호사야?’라고 묻더라고요. ‘그렇다’라고 대답하니, ‘남자가 무슨 간호사야’라며 지나가시는 겁니다(웃음). 젠더프리(Genderfree) 사회라고 해도, 종종 받는 시선이죠. 그 때문에 남자 간호사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더더욱 노력하자’ ‘더욱더 실력을 쌓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고요.”



-. 아직 ‘더’라는 노력을 해야 하는 세상의 시선은 존재하는군요.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에는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우선 남성과 여성이 지닌 신체적인 차이는 분명하잖아요. 체력이 요구되거나 큰 키를 활용해야 하는 일에는 남자인 제가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그러나 ‘여자 간호사가 상냥하다’는 일반화에는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성격은 젠더의 구분보다는, 개개인의 성향과 역량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절하기, 상대의 어떠한 모습에도 동요하지 않기, 사소한 것이라도 기억하기, 늘 긴밀히 연계 맺으며 신경 쓰기 등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 응급실은 인간 군상의 민얼굴을 마주하는 곳이기에 감정과 체력 소모도 클 것 같은데요. 응급실을 지원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사실 실습 첫날, ‘절대 응급실은 안 가’라고 정했었습니다. 목숨을 달리하는 환자들을 매일같이 마주하면 트라우마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랬던 제 마음을 달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응급실 내 모든 의료진이 달라붙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데도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불현듯 실습생 중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유일하게 자격증을 취득했던 제가 곧장 투입됐어요.

그때부터는 사력을 다했습니다. 불과 2분여 시간이었지만, 온몸은 땀에 젖고 손에는 기억에도 없는 상처가 날 정도로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목숨은 못 구했습니다.

그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내가 더 잘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속상함 때문에요.

하지만 기원하며 사색하는 속에 그 마음은 머지않아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거듭나자’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곤 다짐했어요. ‘지금의 부족함을 채워, 훗날 응급실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되자’고요.”



이렇듯 제일 두렵고 가장 어려워하던 것에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은 신심(信心) 덕이라는 유 씨. 본디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 도전보다는 안주하는 것이 좋았던 그의 세상이 달라진 건, 학회 안에서 마주하는 한번 한번의 도전을 통한 단련 덕분이란다.

더욱이 “청년의 진정한 실패란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선생님의 격려를 인생 격언으로 품고 나아간 뒤로는 절망을 희망으로, 포기를 용기로 되받아치는 저력까지 생겼다고.



-. 꿈꾸던 응급실 간호사가 된 지 3개월 차에 들어섰네요. 그때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때죠?

“첫 출근을 했던 3월 초는 확진자가 하루에 500여 명씩 증가하는 확산 최절정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많을 때이기도 했고요. 제가 근무하는 병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었죠. 그 때문에 숱하게 부닥치기도 하고, 수없이 부대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가장 힘들 때, 가장 많이 성장하는 법이잖아요. 온몸으로 맞서며 스스로가 견고해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입사 날짜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유 씨.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장 이른 날짜로 정했지만, 아들을 코로나19 최전선으로 보내는 부모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부터는, 주변에서 하나같이 입사 연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모른 척하면 제 안전은 보장됐겠죠. 하지만, 코로나19를 대응하는 의료진으로서의 역량은 배울 수 없잖아요. 작은 능력과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또 무엇이라도 배우고 익히겠다는 절실함으로 자원했습니다. 결국 가족들도 제 결정을 기꺼이 응원해 주셨고요.”



-. 두려움은 없었나요?

“물론 두려웠죠.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말 그대로 ‘응급’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더라도 치료가 우선입니다. 더욱이 비말이 튀는 작업은 대부분 간호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감염 노출 위험이 클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그런 위험부담을 감내해내는 것도 의료진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두렵지만, 결단코 피하진 않을 각오입니다.”



-. 세계에서 이어지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찬사는 의료진 덕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최근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하더라고요.

“저도 봤습니다.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차기도 하고, 가슴 한편으로는 자긍심도 차오르더라고요. 사실 황금연휴 기간에도 의료진은 얼굴을 짓누르는 고글을 쓰고, 마스크 안으로 가쁜 숨을 내쉬며 근무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저희는 이겨내는 중입니다. 그리고 오늘을 이기는 힘은 서로 격려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는 국민 여러분 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종식까지 더욱 신중하게 의료진으로서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 현대판 약왕(藥王)보살을 만난 기분이네요. 앞으로 어떤 간호사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지라,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기는 부끄럽네요. 다만, 제가 병원에 첫 발을 내디딜 때 ‘이 병원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자고 정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수백 명의 간호사 중 한 명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경호’라는 간호사 한 사람을 떠올렸을 때, 제 몫은 제대로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간호사가 되어야겠죠?(웃음) 언제나 안심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고 또 만심에 차지 않는 간호사로 성장하겠습니다!”



오늘도 ‘남자 간호사’라는 편견과 맞서며, ‘응급실 간호사’라는 치열함 그리고 ‘코로나19 의료진’이라는 사명감의 무게에 눌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는 유경호 씨.

그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백의의 천사(天使), 아니 백의의 전사(戰士)라고.



·창원권 지부남자부장






() | 화광신문 : 20/05/15 13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