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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조미혜 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

‘치매’ 인식 개선 위해 활약 “어디서든 꼭 필요한 사람으로!”



 



“‘나로 인해 누군가가 격려받고 감동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그렇게 실습 동안 치매 환자를 대하는 자세인 ‘자립의 정신에 입각해 한 사람을 돕는다’

‘그 사람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어준다’를 가슴 깊숙이담으며, 치매 분야에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을 정할 수 있었어요”



 







자신이 있었던 곳에는 치매를 향한 건강한 시선이 함께하길 바란다는 조미혜 씨가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한 노인 관련 기관을 찾아 치매 예방 교육을 진행 중이다.



2014년 9월, 부산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할머니가 보따리를 들고 한 시간째 같은 거리를 오간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을 찾았다.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는 “우리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소문 끝에 딸이 있다는 병원을 찾았고, 할머니는 딸을 보자마자 보따리를 풀었다. 거기에는 이미 식어버린 미역국과 나물 반찬, 흰밥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어여 무라(어서 먹어라).” 치매로 자신과 딸의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모정은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 불린다. 그리고 더 슬픈 건 치매를 배격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국사회의 바뀌지 않는 차가운 시선이 아닐까. 여기, 그 냉소와 맞서는 이가 있다. 대구의 한 보건소에 위치한 ‘치매안심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조미혜 씨를 만났다.



-. 특이한 이력이 있더라고요.

“한때 경찰이 꿈이었죠(웃음). 그 때문에 경찰행정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시험도 준비했어요. 사회복지사로 방향을 틀었지만,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은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미래부 시절부터 저의 꿈은 늘 ‘미(美)·이(利)·선(善)’의 가치를 갖춘 직업,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선의 일’을 갖는 것이었거든요.”



조 씨가 인생에서 크나큰 전환점을 맞이한 건, 열일곱살 때다. 늘 피하던 신심(信心)이었지만, 학회원인 친구를 만나며 관심이 생긴 것이다. 이후 신심의 매력에 물들 무렵, 그의 손에 ‘청춘대화’라는 책이 쥐어졌다. 그렇게 열등감 덩어리였던 그를 힘껏 격려해주고, 모순 덩어리로 여기던 질문들에 명쾌하게 대답해주는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고. 나아가 그 빛나는 사제의 원점 덕에 꿈, 그리고 인생의 방향도 정할 수 있었단다.



-. 꿈 덕분에 다시 학업에 뛰어드셨다고요. 조금 늦게 시작한 색다른 전공, 어떠셨나요?

“사실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싶다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컸습니다. 보장 없는 도전이기도 했고, 나이로 봤을 때도 취업을 해야 할 시기였거든요. 그때, 대학부 시절에 4년 동안 교수님들께 화광신문을 전해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캠퍼스평화문화활동(현재 유니피스 평화 전시)’을 교내 최초로 시작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용기 하나로 도전하던 당시의 제 모습과 함께요. 그래서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고, 역시 틀림없었습니다. 편입 후 졸업까지 매 학기 장학금을 받으며, 마음껏 공부하고 실습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덕에 ‘치매’라는 전공 분야도 빠르게 정할 수 있었고요.”



-. ‘치매’는 유독 힘든 분야잖아요. 웬만한 각오가 아니고서는 뛰어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학도로서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 일본의 한 노인종합케어시설에서 현장 실습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목욕 실습을 진행했는데요. 제가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한 어르신께서 제 마음도 모른 채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몇 번이나 건네는 겁니다. 순간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와 함께 마음 한편으로는 ‘나로 인해 누군가가 격려받고 감동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그렇게 실습 동안 치매 환자를 대하는 자세인 ‘자립의 정신에 입각해 한 사람을 돕는다’ ‘그 사람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어준다’를 가슴 깊숙이 담으며, 치매 분야에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을 정할 수 있었어요.”



-. ‘치매안심센터’는 익숙하지 않은 곳입니다. 센터의 역할과 담당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치매안심센터는 시·군·구 보건소에 설치된 기관으로서, 치매 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곳입니다. 치매 조기 검진부터 맞춤형 인지 프로그램 시행 및 치매 치료 관련 물품 및 지원비 지원, 치매 예방 프로그램 제공 및 치매 가족 지원 관련 사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저는 ‘인식개선홍보팀’에 속해 있습니다. 경로당이나 노인복지회관, 노인대학 등 어르신들이 많은 곳을 방문해 치매 관련 예방 교육과 기관 홍보, 치매라는 병의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어요.”



2015년, 당시 보건소 위탁기관인 ‘통합정신치매센터’에 취업했다는 조 씨. 2018년에 ‘치매국가책임제’ 도입으로 모든 치매 관리 사업이 국가 직영으로 전환하는 때에 맞춰, 그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실직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때, 입사 후 해마다 업무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반드시 직장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 하나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그의 지난날이 높게 평가됐다고. 계약이 종료되어야 할 시점에 오히려 공모직 근로자로 합격하며 더 넓은 사명의 무대가 펼쳐졌다.



-. 국내 노인 치매 환자가 2018년 기준 75만 명이나 된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치매가 암보다도 흔한 질병이 되었습니다. 말씀대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이고, 국민 25가구 중 1가구가 치매 가족입니다. 이렇듯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아직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다 보니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그럴 때는 참 안타깝죠.”



-. 치매는 예방이 최상의 치료라는 말이 있던데요. 그를 위해서라도 치매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겠네요.

“물론입니다. 얼마 전, ‘치매가 더는 두려운 병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준 일화가 있었는데요. 70대 초반의 할머니 한 분이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가족과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두려움이 컸던 분이셨거든요. 그래서 센터와 연계해 한 각종 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습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증세가 좋아지는 겁니다. 요양원을 방문해 봉사하실 정도로요. 그 모습을 보며, 치매를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요.”



신심 덕에 자신의 무한한 힘과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법을 알았다는 조 씨. 더욱이 그것을 토대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단다. 그렇기 때문에 학회는 물론, 사회에서도 ‘한 사람을 소중히’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또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자체현조(自體顯照)’라는 불법(佛法) 정신처럼, 각자가 자신만의 색깔을 빛내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 덕분인지 가는 곳곳 ‘덕분에’라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듣는 요즘이란다.



-. 변화의 바람은 불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최근 감사한 일이 있었다고요.

“치매 인식 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관련한 자원봉사자 관리도 맡고 있는데요. 얼마 전, 한 대학교의 자원봉사 동아리 회장이 절 찾아왔습니다. 취업이 되면서 봉사 동아리를 떠나야 할 때가 되니, 제 생각이 많이 나더라는 감사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 인사를 듣는데 오히려 제가 감사했어요. 저로 인해 치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거든요. 이처럼 조금 어설프고 더딜지 몰라도, 앞으로도 제가 누군가의 삶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감사함만 안고 달려갈 결심입니다.”



분명 그리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치매를 ‘노망(老妄)’이라고 비하할지 몰라도, 조미혜 씨에게는 ‘나의 손으로 더 좋은 사회를’이라는 하나의 ‘로망(Roman)’일 터이니.



· 대구제2방면 여자부장





전다혜(dhjeon@) | 화광신문 : 19/11/15 13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