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철학과 실천 한국SGI 회원은 SGI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경우 사진가

“한 장 사진에 담긴 수만 가지 행복 이야기를 선물합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카메라를 든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벌써 예순이 넘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간직될

행복의 순간을 최고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사진가 이경우 씨. 30여 년 동안 빚어낸 수만 가지의 추억이 그의 인생을 증명한다.



지금 느끼는 행복의 온도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때 우리는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신기하게도 그 한 장의 사진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를 그때의 아름다운 장소에 다시 데려다 놓기에 충분하다. 기억 저편에 박혀 있던 추억을 소환하기에 단연 사진만 한 게 있을까.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사진가의 삶을 30여 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이경우 씨. 그가 전하는 셔터의 매력을 들어봤다.



-. 카메라 잡은 지 30여 년이 넘었다고요.

“스물일곱에 카메라를 잡았으니 그렇겠네요. 학창 시절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습니다. 당시 사진관을 운영하던 선배를 밤낮없이 찾아가 사진에 대해 배우곤 했었는데 그렇게 카메라에 빠져서는 여태껏 놓지 못하고 있네요.(웃음) 요즘 제 주된 일은 결혼 원판 사진 그러니까 결혼식 후의 가족사진 등을 촬영하는 일입니다.”





사진에 대한 열정 하나로 평생을 임했던 젊은 시절의 이경우 씨. 운영하던 사진관은 이제 사라졌지만 그의 열정은 여전하다.



-. 원래는 사진관을 운영했다고요.

“청주에서 알아주는 사진관이었죠. 이제는 동네에서 한 곳 찾기도 어려울 만큼 사라졌지만 그 시절만 해도 곳곳에 사진관이 제법 있었어요. 한창 필름카메라가 유행이던 때는 무조건 사진을 인화하고 앨범에 차곡차곡 넣어두는 게 당연했거든요. 학생들이 수학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오는 날에는 사진관이 아주 북적였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학생들 이름으로 외상을 해주기도 했어요. 그때가 전성기였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명절 등에 가족이 모이면 앨범을 꺼내 보곤 하던 문화도 이제는 보기 드물죠.”



-. 한곳에서 꼬박 30년이라, 그곳에는 인생이 담겨 있겠네요.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들도 태어나고 했으니 정말 인생이 담긴 곳입니다. 젊은 시절 무일푼으로 사진관을 열었어요. 당시에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어요. 실은 결혼식도 제대로 못 했지만요. 가게를 얻었는데 한쪽은 사진관 한쪽은 신혼방이었어요.

그 시절은 다 어려웠으니까, 어떻게든 좀 더 행복하게 잘살고 싶어서 장모님이 하던 신심(信心)도 거리낌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때는 여행이나 소풍을 갈 때 사진관에 와서 카메라를 대여하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처음에는 최소한의 장비로 시작해 돈이 모이면 다른 장비를 구입하곤 했는데 참 재미가 있었지요.

건물이 재건축되기 전까지는 사진관 간판이 걸려 있어 오며 가며 바라보곤 했는데 이제는 그 자리마저 사라졌어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다. 그곳에는 이 씨의 인생뿐 아니라 순간을 영원으로 담아두기 위해 사진관을 찾은 수많은 사람의 인생과 추억 또한 묻어있는 장소였다.



“한국SGI 회원들도 많이 찾아오곤 했어요. 요즘도 ‘그때 아들과 사진 찍으러 갔었는데 기억나지요?’ 하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 기분이 참 좋죠. 청주평화문화회관에서 종종 바자가 열릴 때는 재능기부로 가족 단위의 사진이나 어르신들의 영정사진도 찍어드리곤 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마음껏 찍어드리고 싶습니다.”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는 시대 흐름에 많이 불안했을 것 같습니다만.

“사진을 인화하거나 액자에 걸어두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이대로 운영을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하며 기원도 많이 했습니다. 사진관을 하면서 웨딩 촬영까지 발을 넓혔는데 사진관을 접고부터는 결혼식 촬영에 집중했어요.

이제 사진관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되어버렸는데 시대의 흐름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SNS로 소통하는 시대잖아요. 덕분에 사진에 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훨씬 늘었지만 인화를 하기보다 보고 소통하고 만족하는 시대인 거죠. 예전에는 손으로 직접 현상·인화하고 필름을 걸어두고 수정 작업도 하고 했지만 이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정하는 시대라 참 편해졌지요.

웨딩 촬영한 앨범을 만들고는 했는데 촬영부터 코팅까지 모든 게 수작업이었어요. 습기에 약해 앨범에 사진이 눌어붙어 몇 번이고 다시 작업해야 했던 일도 있었지만 그렇게 초창기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할 수 있었어요. 힘들긴 했어도 아날로그 시대가 더 정(情)이 있었음은 당연해요.”



흑백에서 컬러로 그리고 다시 디지털시대로, 여러 과도기를 겪으면서도 그는 사진에 있어서만큼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 카메라를 좋아하고 카메라를 잡은 순간만큼은 천직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때마다 ‘불안’과 ‘걱정’을 ‘열정’과 ‘열심’으로 밀어내며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했다. 잠을 줄이며 일출을 찍기 위해 애쓴 기억도, 포토샵과 영상 편집을 배우며 실력을 갈고닦은 기억도 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젊은 세대만의 유행과 센스 등을 따라가기에는 벅찰지도 모르지만, 수십 년간 과도기를 겪으며 쌓아온 노련미와 노하우만큼은 자신 있다는 이경우 씨. 변수가 많은 결혼식에서도 끄떡없단다. 카메라 하나로 가정을 든든히 지켜온 아버지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봐서일까. 아들 이은석(청주권 男그룹장) 씨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던져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호기심을 느꼈고, 지금은 청주에서 꽤 유명한 웨딩 촬영 스냅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고.



-.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어 찍는 게 사진일 텐데, 그 순간만큼은 덩달아 행복감을 느낄 것 같아요.

“그럼요.(웃음) 물론 영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에게는 평생 남는 추억이잖아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최고의 사진을 만들어주기 위해 촬영장에서만큼은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케다(池田) 선생님은 언제나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시잖아요. 선생님이 카메라로 아름다운 자연과 세상을 담아내는 모습만 봐도 기술도 기술이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는지도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어 노력하려고 합니다. 언제나 나 자신부터 ‘인간혁명’ 해야 한다는 선생님 격려대로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학회에서도 ‘신심즉생활’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 이경우 씨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2의 인생’이에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카메라를 든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벌써 예순이 넘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간직될 행복의 순간을 최고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이경우 씨의 손에 언제나 들려 있는 카메라. 그의 목표는 체력이 닿는 한 끝까지 누군가를 위해 셔터를 누르는 일이다.

직업 특성상 주말도 없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아들과 산악자전거를 타며 체력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단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수만 가지의 행복 이야기를 선물하기 위해 이경우 씨는 오늘도 카메라 앞에 선다.



·청주권 지부장






강혜진(hjkang@) | 화광신문 : 19/05/31 13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