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철학과 실천 한국SGI 회원은 SGI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강석복 택시 운전사

희망·행복과 함께 달리는 18년 무사고 달구벌 친절택시



 



“올해로 택시를 운전한 지 18년이 되었네요. 택시 운전은 저에게새로운 인생을 가져다 주었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과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승객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이 함께 생긴 거죠. 어디까지나 불법의 인간주의 사상으로 ‘친절한’ 택시 운전사, ‘따뜻한’ 택시 운전사 강석복이 되겠습니다!”





대구 시내 곳곳을 누비며 ‘행복’과 ‘희망’을 실어 나르는 ‘친절한’ 택시 운전사 강석복 씨. 그의 목적지는 오늘도 언제나 승객이 행복‘할’ 곳이다.



“내가 /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시인 박지웅의 시 ‘택시’를 읽노라면, 마치 승차만 하면 인생의 행복한 어느 한 지점으로 데려다 줄 택시가 있을 것만 같다.

여기, ‘친절한 택시’를 모토로 언제나 승객에게 행복‘하고’ 싶은 곳으로, 행복‘할’ 곳으로 데려다 주고픈 이가 있다. 어제의 고갯길을 넘어와 새로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때론 든든한 말동무가 되어 주고, 때때로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삶에 지친 이에게 격려의 손길을 건네는, 바로 택시 운전사 강석복 씨다.

올해로 승객과 함께한 도로 위의 18년. 오늘도 교통 약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이곳저곳에 ‘따뜻함’과 ‘희망’을 실어나르며 대구 시내를 누비는 그의 여정을 함께 뒤따랐다.



-. 콜(연락)이 끊이질 않네요!

“하루 평균 40여 명 정도 승객을 태우고 있습니다. 제 택시를 타고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느끼며 원하는 목적지까지 편히 가실 수 있도록 ‘한 사람을 소중히’를 모토로 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 그 속에서 ‘나드리 콜’이 돋보이군요.

“2009년에 도입된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복권기금으로 운영하는 이동지원센터 콜이에요. 이동이 불편한 분의 손과 발이 돼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는 게 목적이지요. 대구 내 대략 1만6000여 대의 택시가 있는데 이 중 260여 대 정도 ‘나드리 콜’을 운행하고 있고요. 저는 지난해부터 참여하고 있습니다.”



-. 어떠한 계기였죠?

“사실 저도 한 손이 불편한 ‘장애인 4급’입니다. 스물세 살 때 지인의 일을 도와주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죠. 4년 전부터 대구 달구벌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배드민턴 그룹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룹 내 멤버들이 ‘나드리 콜’을 자주 이용하는 걸 봤어요. 늘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나도 장애인이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죠.”



꽃다운 나이 이십 대. 한 손을 잃은 강 씨 삶의 이정표가 되어준 건 신심(信心)이었다. ‘지지 않는 청춘’의 인생을 다짐하며 더한층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손을 다쳤지만 신심 근본으로 올바른 인생을 끝까지 살아가겠다’고 서원한 강석복 씨였다.

강 씨는 한 손이 불편하다면 그만큼 더 사회에 손길이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부지게 마음먹었다. ‘광포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각오로 사명 있는 직장을 기원하는 속에 2002년, 장애인도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했고 마침내 ‘택시 운전사’라는 옷을 입었다.



-. 개인택시를 마련하고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있다고요.

“2005년, 어렵사리 개인택시를 마련한 후 제일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인 포항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 소중한 추억이 공존하는 동네를 어머니와 함께 찬찬히 돌아봤습니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그때의 감정과 감성이 묘하게 되살아나더군요.(웃음) 아이처럼 행복해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생애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새겼습니다. 이후 석 달 만에 어머니는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만, 언제나 제 옆자리에 어머니를 모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답니다.”



-. 택시 운전사만의 매력이 뭘까요?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기쁨이 아닐까요. 자칫 택시 운전이 누군가를 태워주고 내려주는 반복된 일상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태양도 매일 뜨고 지지만 늘 새롭잖아요?(웃음) 아침마다 ‘오늘은 또 어떤 승객을 만날까’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 ‘친절한 택시’라는 이름이 붙게된 일화가 있다고요.

“2005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승객과 함께 이런저런 담소를 나눴죠. 그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가던 중, ‘친절한 택시로 당신을 소개하고 싶은데 명함을 부탁합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시 저는 평범한 택시 운전사라 명함도 없었거니와 ‘앞으로 더한층 겸손하게, 친절한 택시 운전사가 되라는 노력의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웃음지어 답했지요. 나중에 방송을 통해 그 승객이 한 유명 대학교 총장인 걸 알았죠. 그 진심의 격려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고, 이후 명함에 ‘친절한 택시 운전사’라고 새겼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따뜻한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강 씨와의 택시 안 정담(情談)에 감동받은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택시 환경 속에서도 그는 늘 불평 대신 ‘성실’과 ‘친절’로 맞선다. 자신이 다소 손해 보더라도 승객에 대한 배려가 먼저인 그의 진심은, 승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 2년 연속 대구시에서 추진하는 ‘달구벌 친절택시’로 선정됐습니다.

“늘 승객에게 제일 먼저 ‘제 택시에 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제 택시에 타는 동안만큼은 그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고, 짧은 시간일지언정 그 공백을 ‘즐거움’으로 채워드리고 싶어요. 그런 제 진심을 승객도 느끼는지 어느새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서슴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택시’라는 작은 공간이지만 때로 가슴 뭉클하고, 때론 속 시원하고, 때로는 웃음이 묻어나는 삶의 조각들이 곳곳에 녹아있죠. 그 속에 또 다른 세상과 교감하는 소박한 즐거움은 되레 제게도 큰 격려와 힘이 됩니다. 어떨 때에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도 승객과 한참 동안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때도 많답니다.(웃음)”



-. 18년째 무사고를 이어온 원칙이 있나요?

“어디까지나 ‘안전’입니다. 돈과 흐름에 따라가면 반드시 사고가 나는 법이거든요.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있잖아요.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그 흐름에 따라 넓은 마음으로 운전하려고 노력한답니다.”



-. 승차만 하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앞으로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올해로 택시를 운전한 지 18년이 되었네요. 운전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기뻐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세상과 교감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이라 생각하기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택시 운전은 저에게 새로운 인생을 가져다 주었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과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승객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이 함께 생긴 거죠. 어디까지나 불법(佛法)의 인간주의 사상으로 ‘친절한’ 택시 운전사, ‘따뜻한’ 택시 운전사 강석복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인생길에는 여러 가지 신호가 찾아온다. 굴곡진 인생에서도 포기 대신 희망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다. 웃음과 감동을 실어 나르며 교통약자의 손과 발이 되는 ‘친절한 석복 씨’의 목적지는 오늘도 행복‘할’ 곳이지 않을까.



·산격권 副권장






박상은(pseun@) | 화광신문 : 19/03/08 129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