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철학과 실천 한국SGI 회원은 SGI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송정철 나무그림 대표

한땀 한땀 100% 수작업으로 200% 만족시키는 나무꾼



 



“‘내겐 경험이 교과서이고, 노력이 스승이다’는 각오로 더 절치부심했습니다. 누가 찾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제품을 만들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쉴 틈 없이 홍보했어요. 시간이 흐르자 좋은 나무를 보는 안목, 사용 용도에 어울리는 원목 선택, 디자인에 어울리는 색상 매치 등 실력이 늘더라고요.”





평범한 나무조각에 특별한 사명을 담는 송정철 씨. 오늘도 그의 손끝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 탄생한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코가 길어지는 인형. 무인도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의 뗏목. 수원화성을 있게 한 정약용의 거중기.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가? 바로 ‘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무가 종이, 연필, 젓가락과 같은 일상의 선물을 넘어 누군가에겐 교훈이 되고 어떤 이에겐 지혜가 되며 또 한 나라의 유산으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데.

그리고 여기, 가장 평범한 나무를 이용해 가장 특별한 보물을 만드는 이가 있다. 나무 현판 전문 제작 업체 ‘나무그림’을 운영하며, 어떤 이에겐 방향을 제시하고 또 다른 이에겐 출발을 응원하는 송정철 씨를 만났다.



―. 나무로 못 만드는 게 없다고요.

“나무를 깎아 집을 만드는 목수(木手)는 아니지만, 나무로 물건을 만든다는 개념에 의하면 목수가 되겠네요. 나무 현판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공방(工房)을 운영하며 인테리어 소품이나 교구, 안내판, 푯말, 이정표, 소가구 등 나무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물건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 만만찮은 작업일 것 같은데요. 원래 나무를 잘 다뤘나 봅니다.

“아니요.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제가 나무를 만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 손으로 무언가 완제품을 만든다는 건 더 상상할 수 없었고요.”



―. 상상도 못했던 일을 평생 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시작은 우연이었죠.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했지만, 제게 맞지 않은 옷이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이곳저곳 손을 뻗쳤지만, 어디에서도 제게 맞는 옷을 못 찾았죠. 그러던 하루,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주변 상황 탓에 마지못해 취직을 했는데요. 그곳이 바로 나무 현판 제작 업체였습니다.”



―. 해야만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된 거네요.

“결과적으로 보면 원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됐네요. 사실 거기에도 사연이 있어요.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였지만, 딱 두 달을 일하고 그만둬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할까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나무현판 작업은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요.”



그즈음, 송 씨에게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부인 김연수(마포권 지구부인부장) 씨의 한없는 믿음과 끝없는 격려에 힘입어 2012년 1월 한국SGI 회원이 된 것. 그것이 마디가 돼 ‘기필코 신심으로 실증을 내겠다’는 목표를 정할 수 있었고, 스스로 정한 약속은 서원이 되어 갖가지 장애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안 된다고 포기하긴 싫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자존심과 체면 따위 생각 않고 열정 하나로 밀어붙였죠. 그 과정에서 매형의 사무실 끝자락에 한 뼘짜리 작업 공간을 만들 수 있었고, 이후엔 발품을 들여 작은 일거리도 받았습니다. 그것을 기회 삼아 죽기살기로 매달렸고요.”



―. 우여곡절도 많았겠습니다.

“말도 못하죠. 맨땅에 헤딩하는 아슬함의 연속이었습니다. 한번은 좋은 나무를 제공하겠다는 말에 덜컥 구매를 했는데, 1/3 가량이 썩어 있는 거 있죠. 제 가슴도 썩어 문드러졌죠. 하지만 그럴수록 ‘내겐 경험이 교과서이고, 노력이 스승이다’는 각오로 더 절치부심했습니다.

누가 찾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제품을 만들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쉴 틈 없이 홍보했어요. 시간이 흐르자 좋은 나무를 보는 안목, 사용 용도에 어울리는원목 선택, 디자인에 어울리는 색상 매치 등 실력이 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이 증가했고, 다루는 영역도 넓어진 거죠.”

 

―. 열에 여덟은 창업을 접는 시대인데요. 공방을 차린 지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아무래도 소규모 사업체는 잘 시도하지 않는 다양한 제품 생산에 선두주자로 뛰어든 것이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욕심을 낸 영역이 ‘원목 교구’ 제작입니다. 우연히 원목 교구를 접한 적이 있는데, 사용자가 유아동이라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질이 떨어지더라고요. 이에 제 딸아이가 사용한다는 마음으로 좋은 목재와 건강한 물감, 안전한 마감처리를 반영해 샘플을 제작했는데요. 샘플을 본 유아동 교육기관으로부터 원목 교구 제작과 현판 작업 등을 일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앞으로도 8년을 넘어 10년, 20년을 향해 더 노력할 계획이고요.”



―. 사업 모토가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이윤창출 부분에 있어서 조금 모순이 있는데요.(웃음) 간사이소카학원의 지침이기도 한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지 않는다’가 모토입니다. 지금이야 자리를 잘 잡았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정직함과 힘들었을 때의 간절함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더욱이 ‘신심즉사회’ ‘불법즉생활’이니까요. 학회원으로서 사명감을 잃지 않으려고 더 철저하게 임하고 있어요.”



나무를 고르는 것부터 마무리까지 송 씨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인지 ‘200% 만족합니다’ ‘바라던 그대로 입니다’ 등 고객들의 칭찬 후기가 끊이지 않으며, 재주문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뿐 아니라 몇 년 사이에는 해외에서도 주문이 곧잘 들어온다고. 실제로 캐나다 로키산맥에서도 그가 작업한 한글 현판을 만날 수 있단다.





송정철 씨가 제작한 나무 현판. 현재 중국 후난성 창사에 설치돼 있다.



―. 몇 해 전, 의미 있는 작업에 참여하셨다고요.

“2016년의 일인데요. 해외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구지에 한글 간판을 설치하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한국홍보전문가로 유명한 한 교수와 연예인이 추진하는 캠페인의 일환이더라고요. 제의를 받고 ‘내가 참여해도 괜찮은 걸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동참했습니다. 그렇게 한글자 한글자 저만의 사명감까지 녹여 제작했고, 현재는 중국 후난성 창사에 위치한 ‘창사임시정부(대한민국 임시정부 창사 활동구지)’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 사랑을 낚는 나무꾼이 아니라, 사명을 새기는 나무꾼이시네요. 송정철 씨의 손을 거쳐 탄생할 제품이 어디까지 넓혀질지 기대됩니다.

“거창한 사명을 대입하기엔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주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창립 90주년이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질주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하는 제 제품이 누군가에게 만족이라는 기쁨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준비라는 설렘이 되길. 그래서 사회 곳곳에 조금이나마 더 활력 넘치는 순간이 넘쳐나길 기원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마포권 지부남자부장






전다혜(dhjeon@) | 화광신문 : 19/02/15 129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