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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윤지선 파티쉐

손끝에 담은 진심으로 “달콤한 기쁨과 행복을 드립니다”



 



지난해 9월 8일 소설 ‘신·인간혁명’ 전 30권 연재 완결에 발맞춰 ‘니코리’ 매장을 당당히 열었다.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만든 다양한 디저트와 차를 마시면서 어떤 이는 꿈을 사색하고, 또 어떤 이는 희망을 그리면서 든든한 위로와 따스한 치유가 공존하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오늘도 자신이 만든 케이크로 누군가의 얼굴에 ‘방긋’ 미소가 지어지길 바라는 진심을 담는 파티쉐 윤지선 씨.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속 한 대목을 읽노라면 결국 맛있는 빵 몇 조각, 위로는 결국 이런 작고 사소한 것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여기, 음식이 안겨주는 든든한 위로를 믿으며 정성이 깃든 케이크를 세상에 내어놓는 이가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소담한 수제 케이크 매장 ‘니코리(nicori)’를 운영하는 7년차 파티쉐 윤지선 씨.

케이크처럼 한층 한층 조심스럽게 쌓고 있는 그의 꿈은,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크림만큼 흐를 듯 말 듯 마음을 달뜨게 했다.



―. ‘니코리’라고 할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는 걸요?


“8개월을 고민했다고 하면 믿으실까요?(웃음) 일본어 ‘にこり(니코리)’라는 부사인데 ‘조금 웃는 모양’이란 의미예요. 제가 만든 케이크로 누군가의 얼굴에 ‘방긋’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격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답니다.”



―. 작은 격려를 받은 좋은 기억이 있나 봐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음식점을 운영하셨는데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음식을 통해서 받은 좋은 감정이 있는 거 같아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요리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거든요. 투박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쏟은 음식에서 진심 어린 마음을 분명 느낄 수 있으니까요.”



빵을 반죽하고, 오븐에 구우며 자신의 개성을 가득 담은 케이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윤 씨에게 단 하나 허락할 수 있는 생각이 있다면, 케이크를 입에 넣자마자 행복해할 ‘한 사람’에 대한 것뿐이다. 거짓말 같지만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생각과 태도에 따라 그 형태도 맛도 천지 차이가 난다. 행복한 마음이 담긴 그의 케이크는 그 무엇보다 다디달다.



―. 파티쉐와 베이커가 다른가요?


“파티쉐는 케이크나 디저트 류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베이커는 주로 빵을 만들죠. 요즘에는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디저트 류를 먹기도 하고, 식사 대신 빵을 먹는 분도 많이 있기 때문에 두 분야 모두 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어요.”



―. 왜 케이크였죠?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2012년, 무작정 졸업은 했고 당장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케이크를 만드는 수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때 매료된 거죠.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도 생겼고요. 처음에는 슈가크래프트(설탕공예)로 시작했는데 ‘이게 케이크야?’라고 할 정도로 예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하루하루 배울수록 욕심이 생겼고, 케이크의 겉 장식만이 아닌 본격적으로 ‘빵을 만들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이크를 처음 만들던 스물네 살, 새로운 세계가 열린 그 순간을 윤 씨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독학으로 관련 이론과 실기를 바지런히 습득하며 2013년, 연희동의 한 유명 제과점에 입사했다. 관련 자격증이 없었던 그였지만 오로지 신심(信心) 근본으로 도전하는 속에 꿈을 향한 문을 끊임없이 열어젖혔다.



―. 관련 자격증이 꼭 필요한 건 아닌가 봐요.


“꼭 자격증이 있어야지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일을 먼저 경험한 후에 취득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학원 제빵사 자격증 과정은 최소 6개월이고, 대학에서 전공한다면 2년 과정이잖아요. 교육과정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실무보다는 기초적인 부분을 배우더라고요. 만약 그 기간에 현장에서 근무를 한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각오로 버티셨다고요.

“사실 첫 직장에서 1년 동안은 새벽 6시 출근과 야근을 반복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무척 컸던 거죠. 처음에는 빵을 나르고 철판을 닦는 등 기초를 배우다가, 직장 선배에게 빵을 만드는 기술을 차근차근 배우게 됐어요. 관련 이론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실무를 배우다 보니 모르는 부분 투성이였죠. 그때에는 밤을 새워서라도 집에 돌아가 악착같이 공부했어요. 이후 기회가 닿아 2014년,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했고요. 차츰 떨어지는 체력과 함께 직장의 제도적인 문제 등을 마주하면서 ‘이곳에서 반드시 신심으로 극복해 신뢰를 얻고, 승리의 실증을 만들자!’고 정하며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눈앞의 과제를 마주할 때마다 이케다(池田) 선생님의 소설 ‘신·인간혁명’을 대화하듯 읽어나간 윤지선 씨. 마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주는 듯한 자애 넘치는 격려를 받으며 자신의 무대에서 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단다. ‘스승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열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신심에 힘쓴 결과, 드디어 지난해 9월 8일 소설 ‘신·인간혁명’ 전 30권 연재 완결에 발맞춰 ‘니코리’ 매장을 당당히 열었다.



―. 케이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신념으로 말하자면 ‘작은 공간이지만 정성을 다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는 것, 케이크로 따지자면 ‘좋은 재료로 신선한 케이크를 만들자’는 거예요.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손맛’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어디까지나 손끝에 귀한 진심을 담고 싶어요.”

 

―. 하루에 보통 몇 판 정도 만드나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매번 주문이 다르긴 합니다만, 평균 예닐곱 판 정도 꾸준히 나가고 있어요. 빵을 오븐에서 굽고 장식을 하기까지 완성되는 시간은 한 판 당 대략 1시간 정도인데요, 계속 서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주문량이 많을 때는 쉴 틈이 없죠. 지칠 법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더 많답니다.(웃음)”



―. 어떤 케이크가 가장 인기를 끄나요?

“딸기나 청포도 등 일반적으로 제철 과일을 이용한 케이크가 그때그때 가장 잘 나가는 편이에요. 초코 케이크는 계절에 상관 없이 꾸준히 찾고 있고요. 특별히 추천을 한다면, 키리쉬(체리술) 케이크요. 절인 체리를 케이크에 넣은 키리쉬는 독일어로 ‘체리술’이라고 해요. 크림에 체리술을 넣고 향을 내 만든 케이크랍니다. 소중한 가족, 연인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짙은 체리 색감이 어우러진 케이크가 있다면 더한층 근사함을 더해주지 않을까요?”



―. 앞으로 구워낼 부푼 꿈이 기대됩니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만든 다양한 디저트와 차를 맛보면서 어떤 이는 꿈을 사색하고, 또 어떤 이는 희망을 그리면서 든든한 위로와 따스한 치유가 공존하는 카페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힘들 때마다 ‘무엇을 위해?’라는 근본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사명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나도 기쁘고 상대방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지금 이 자체’가 아닐까요. 선생님께 격려 받은 용기를 잊지 않고, 어디까지나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말을 걸며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는 파티쉐 윤지선이 되겠습니다!”



윤 씨는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기분을 살펴 그 마음에 작은 꽃을 달아주듯 케이크를 건넨다. 사랑에 막 빠진 젊은 여인에게는 달콤한 ‘무스 케이크’를, 아이들에게 시달려 녹초가 된 엄마에게는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줄 ‘티라미수 케이크’를, 시험에 망쳐 울상이 되어버린 학생에게는 진한 초콜릿의 풍미를 담은 ‘가나슈 케이크’를 내미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한 조각의 빵에서도 ‘큰’ 위로를 받게 되지 않을까.



· 마포권 여자부장


 


박상은(pseun@) | 화광신문 : 19/01/04 12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