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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주홍진 재판연구원

‘단 한 사람도 억울하지 않도록’ 인간주의 담는 법관 꿈꾼다



 



“디케는 눈을 가리고 한 손에 저울을, 다른 손에 칼을 들고 있습니다. …

이는 법은 균형을 잃지 않고 적용돼야 한다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형평성이 강제성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법이 형평성을 잃으면 안 됩니다.  그 형평성을 소신 있게 지키는 법관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만 바라보는 법관이 되는 게 희망이라는 주홍진 씨. 그는 국민들이 억울하지 않고 답답하지 않게, 냉엄해 보이는 법에 따뜻한 인간주의를 담아내겠다는 포부를 안고 오늘도 전진하는 하루를 만들어 간다.





법은 본래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만든 도구이자 수단이다. 그래서 주홍진 씨는 장래 인간주의를 담아내는 법관이 되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 재판연구원으로 활약하는 주 씨를 만나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 ‘재판연구원’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다가 옵니다.

재판연구원은 법원에서 판사를 도와 사건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 연구 등의 업무를 하는 법률전문가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에 도입했습니다. 미국의 로 클럭(law clerk) 제도를 본 따 왔습니다.



-. 판사 임용에 재판연구원 경력이 중요하다고요.

2013년부터 일정 기간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단계적으로 실시됐습니다. 재판연구원은 법조일원화에 따른 경력 법관 임용에 있어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판연구원을 마친 후 검사, 변호사, 로펌, 사내변호사, 행정부 등 다양한 직역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선발되는 과정도 어렵겠지만, 되고 나서도 경쟁이 치열하겠습니다.

재판연구원의 근무기간은 총 3년 이내로 정해져 있어 임기제 공무원형식으로 채용됩니다.

3년이 지나고 바로 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서 경쟁이 그렇게 치열하지는 않지만 근무경력을 통해 다양한 법률 사건을 접하고 재판 실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 현재 담당하는 분야가 있나요?

노동사건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개인적인 사건부터 부당노동행위, 교섭까지 집단적 관계에 관한 사건까지 노동사건의 대리 및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노동조합을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 근로자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생각이 드네요.

회사라는 거대한 자본과 싸우기에는 근로자가 불리합니다.

노동법이란 것은 당사자로서 싸우기에 불리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근로자들의 모임인 노동조합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부당한 부분은 없는지 소속 공무원과 함께 면밀히 살펴보려고 노력합니다.



-. 실무투입이 이례적으로 빨랐다고요?

보편적으로는 실무가 아니라 서류중심의 일을 많이 하는데, 이례적으로 실무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전임자가 개인사정으로 재판연구원을 그만두고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 자리에 노동법을 전공한 제가 들어가게 된 거죠. 보통 1년은 판례 연구나 서류작업, 조사업무 중심으로 하고 2~3년차부터 현장실무에 투입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저는 바로 현장에 투입되면서 경력도 인정받고, 대우도 그에 걸맞게 받고 있습니다.



재판연구원으로 활약하는 주홍진 씨. 그의 꿈은 법과는 먼 물리학도였다. 대학도 공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바꾼 사건이 그의 나이 스물 두 살에 벌어지게 된다.



-. ‘법(法)을 공부하자. 법조인이 되자!’고 정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 작고를 보면서 입니다. 한 공기업에 다니다 이직을 하신 아버지는, 그곳에서 마련해준 새로운 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過勞死)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위로를 건네야 하는 쪽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빚이 있으니 빚을 갚으라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저는 분개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때 마음을 정했습니다. ‘나도 힘있는 사람이 되자. 법을 공부하자’라고. 그때부터인거 같습니다. 법과 인연을 맺은 것이. 그리고 ‘만인 앞에 공평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처음엔 판사가 아닌 검사를 목표로 했다고요.

네. 당시엔 검사가 가장 힘있는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검사에서 판사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검사보다 판사가 소신을 더 명확하게 펼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사법시험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주홍진 씨. ‘포기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3년 동안 법학을 가르치는 전문대학원 과정이었다. 방향을 선회해 다시 도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공부만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 중간에 포기할 뻔한 상황이 있었다고요.

의기(意氣)에 차 시작한 공부였지만 어려웠어요. 경희대 로스쿨 재학 중, 처음 1년은 장학금을 받고 다녔어요. 이듬해는 성적이 떨어져 장학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자퇴서를 냈는데, 학교에서 어머니에게 연락을 한 거예요. “아드님이 자퇴서를 냈는데 동의하신 건가요?”라고 말이죠. 덕분에 자퇴가 1년 휴학으로 바뀌었죠. 그래서 남들보다 1년 늦게, 4년만인, 2017년에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 결국엔 법조인의 길로 다시 들어섰어요.

방금 주신 질문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이 불법(佛法)이, 신심(信心)이 위대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목표로 세운 법관이라는 꿈에서 멀어지는 듯 했는데,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있는 체험을 수없이 했습니다. 신심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확신 합니다.



-. 덕분에 신심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됐군요?

이전에는 머리로만 신심을 받아들였다면,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죠. 현실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는데, 마음이 바뀌니 주변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어머니와 여동생, 주변 남자부 멤버들이 제게 보내준 기원도 느끼게 됐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힘을 내서 공부도 열심히 학회활동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주 씨가 목표로 하는 법관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예를 들었다.

주 씨는 “‘디케’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정의’ 또는 ‘정도(正道)’를 뜻하죠. 디케는 눈을 가리고 한 손에 저울을, 다른 손에 칼을 들고 있습니다. 눈이 가려진 건 법 앞에서 평등을,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형평성)을 상징합니다. 칼은 법을 어긴 자는 엄중하게 처벌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집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라마다 칼 대신 법전, 횃불을 든 경우도 있지만, 저울은 결코 내려놓지 않고 있죠. 오히려, 칼이나 법전보다 항상 위쪽에 들고 있습니다. 이는 법은 균형을 잃지 않고 적용돼야 한다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형평성이 강제성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법이 형평성을 잃으면 안 됩니다. 그 형평성을 소신 있게 지키는 법관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용인권 지역남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