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철학과 실천 한국SGI 회원은 SGI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오선화 보건 관리자

세심한 안목과 소통으로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진다!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말을 건넸죠.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자연스레 즐거운 업무 환경이 조성됐고, 능률이 오르면서

사고도 줄어들었습니다.”






‘소통’이라는 주무기로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힘쓰는 오선화 씨. 오늘도 생긋방긋한 미소를 지으며 현장을 환히 비추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중요한 핫(Hot)! 핫! 핫! 키워드 ‘건강’.

직장에도 나의 건강을 관리하는 이가 있다면?

한여름 햇살이 쨍하게 내리꽂던 어느 날.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바삐 움직이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보건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 오선화 씨다. 그를 만나 보건 관리자의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 건설 현장에서 오선화 씨의 발자국이 닿지 않는 곳이 없네요. 굉장히 바빠 보입니다.

“보건 관리자가 제일 바쁜 시기가 바로 혹서기예요. 근로자들이 열사병, 일사병과 같은 온열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이 필요하거든요. 지금은 공사가 마무리 단계라 그늘이 많지만, 지난해는 뙤약볕 아래서 일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도록 물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체온도 측정하고 몸에 이상이 느껴질 경우에는 휴식을 권하곤 했죠.”



-. 보건 관리자라는 직업이 익숙하면서도 생소합니다.

“보건 관리자는 보통 간호사나 산업위생관리기사가 그 역할을 하는데요. 저는 산업위생관리기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은 매일의 작업 과정이 다르고 근로자도 매번 바뀌기 때문에 아침마다 그날그날 이뤄질 작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근로자에게는 그에 맞는 교육을 합니다.

이후 현장을 돌며 공정(工程)마다 위험물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적절한 보호구는 착용했는지 살핍니다. 또 공정별로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해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토대로 사전에 유해 위험성을 검토하고, 취급 근로자에게 교육함으로써 사고나 직업병을 예방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건강 상담과 검진 등도 함께 병행하고 있고요.

한 번의 교육으로 근로자가 위험성을 인지하긴 어렵기에 정기적으로 교육하며, 법적으로 또는 별개로 필요한 화학물질, 공정에 대해서는 특별안전보건교육도 실시합니다.”



-. 한마디로 말하면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이네요.

“맞아요. 위에서 말한 업무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지만, 결국은 작업 중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 예방되도록 사전에 작업 환경을 관리하는 거예요. 지금과 같이 여름철 뜨거운 햇빛이 있다면, 이 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무엇인지,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를 계획하는 거죠. 열뿐 아니라 화학물질이나, 겨울철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불을 피웠을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당장 눈에 띄는 병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사전에 손쓸 수 있는 건 모두 조치해 예방합니다. 사고가 난 후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보건 관리자의 역할을 착착 해내고 있는 오선화 씨. 이런 오 씨도 보건 관리자로 사회에 첫발을 떼기까진 수없이 흔들렸다고 한다. 취업을 앞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기원으로 해답을 찾아갔다. 마키구치(牧口) 선생님이 말씀하신 ‘미(美)·이(利)·선(善)’이라는 직업의 가치를 떠올리며 깊이 사색했다. 고심 끝에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 ‘보건 관리자’였음을 확인한 오 씨는 2014년 살던 부산을 떠나 대전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 한곳에 상주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100개 정도의 사업장을 관리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위탁 받은 사업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근로자의 건강 관리와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조언하고 지도했습니다. 지금은 건설업계에 있지만, 그때는 제조업, 판매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을 관리했었죠. 많은 사업장을 관리하다 보니 각각의 업무와 근무 환경 등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게다가 적절한 조치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되지 않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보였죠. 직접적으로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힘쓰고 싶다는 마음에 지지난해,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 이직 후 가장 어려웠던 업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웃음) 건설 현장의 하루는 일찍 시작되기에 출근이 아침 7시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시간 맞춰 출근하려면 집에서 5시 40분에는 나와야 하죠. 이곳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했는데 어머니는 ‘정말 갈 수 있겠어?’라며 진심 어린 걱정을 내비쳤어요.(웃음)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아침에 출근했는데, 남성이 많은 건설업 특성상 거친 행동과 말투에 위축되기 일쑤였죠. 또 날마다 급변하는 작업 상황에 대응하기도 참 쉽지 않았습니다.”

세상사 모두 마음먹기 달렸다고 했던가. 지금이야말로 ‘신심즉생활’을 실천할 때라고 느낀 오 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창제를 하며 생명력을 약동시켰다.

신심에서도 그러하듯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대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는, 사회에서 신뢰받는 사람으로 활약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이케다(池田)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때 돌파구가 보였다.



-. 돌파구는 다름 아닌 ‘소통’이었다고요.

“하나의 현장 안에서 모두가 같은 건물을 짓고 있지만, 공정마다 업체가 다르고 팀끼리만 움직이다 보니 소통이 부재했어요. 그래서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말을 건넸죠.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자연스레 즐거운 업무 환경이 조성됐고, 능률이 오르면서 사고도 줄어들었습니다. ‘보호구를 써주세요’라는 반복되는 말이라도 의사소통이 원활한 상태에서 이야기하니 기분 좋게 착용해 주고, 건강 상담할 때도 솔직하게 말해 줘서 건강 관리도 한결 수월해졌답니다.”



-. 소통을 통해 얻은 보람찬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음이 많은 공정을 맡는 근로자들이었어요. 소음성 난청이 있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귀마개는 착용하지 않았죠. 수개월간 꾸준히 소통하며 소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의 예방법, 작업 환경 개선 등을 교육했어요. 아무리 말해도 괜찮다고 했던 분들이 한 명, 두 명 귀마개 착용의 중요성을 느끼더니 어느 순간 자연스레 착용하는 거예요. 정말 보람찬 순간이었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긍지도 더욱 갖게 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보건 관리자 업무에는 나오진 않지만, 보건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바로 ‘소통’이 아닐까요.(웃음)”



오선화 씨는 지금보다 더한층 전문 지식을 쌓아 세심한 안목으로 근로자의 건강에 이바지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건 차갑고 거친 바람이 아닌 다정하고 따스한 햇빛이었듯, 언제나 다가가고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마음 따뜻한 보건 관리자를 꿈꾸는 오 씨.

그는 오늘도 꽃처럼 아름답고 태양처럼 긍지 드높은 화양(華陽)의 생명을 내뿜으며 생기발랄하게 자신만의 꽃길을 걸어간다.



·구덕권 지부여자부장






이민선(leems@) | 화광신문 : 19/06/28 13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