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신이치는 1948년 가을, 일본정학관에 입사하려고 도다 조세이(戶田城聖)에게 면접을 받았다. 도다는 이력서를 훑어보고 신이치를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

“열심히 해보겠나?”

야마모토 신이치가 득달같이 대답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결정적인 한순간의 의기투합이었다. 때는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

기원전 49년, 금령(禁令)을 어기고 폼페이우스 정벌군을 이끈 시저는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치고, 갈리아와 이탈리아 국경을 흐르는 루비콘강을 건너가 조국을 구했다고 한다.

야마모토 신이치 역시, 9월 그날 밤, 그 감상을 일기에 썼을 때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다.

‘혁명은 죽음이니라. 우리의 죽음은 묘법에 귀명(歸命)하는 것이니라’라고 적었을 때, 야마모토 신이치는 묘법에 귀명해야 할 자신의 숙명과 사명을 깊고 강하게 자각했다. 그것은 ‘가장 영광스러운 청춘의 길’에 대한 자각이었으며, 미지의 공포에 대한 자각이기도 했다.

즉 신이치 스스로 선택한 혁명이었다. 그것은 참으로 ‘혁명은 죽음이니라’였다.

다시 말해, 자기의 모든 것을 거는 후회 없는 각오는 너무도 평범한 무명 청년인 야

마모토 신이치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신이치의 죽음은 ‘묘법에 귀명한다’였다.

야마모토 신이치는 이 혁명을 강행했을 때 이미 묘법의 혁명가로 소생했다.

이 젊은 혁명가의 ‘묘법에귀명한다’는 이념은 구체적인 실천으로 말하면 희유의 스승과 일체가 되어 ‘묘법에 귀명한다’는 것을 신이치는 깨달았다.

이것을 단순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신이치는 그때 미래의 밝은 서광을 보았다. 그리고 숭고한 사명에 살아야 하는 자신의 길을 명확히 알았다. 경험이 많지않은 젊은 나이지만, 직관적인 판단에는 깊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소설 ‘인간혁명’ 제3권 <결실>



화광신문 : 12/05/25 974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