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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휘진 일러스트 작가

세상과의 벽 허물고 사람들 마음 어루만지는 ‘고양이 작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절망하던 지인에게 진심을 담아


불법(佛法)을 전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거든요. 그는 ‘끝이라 생각했는데 남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를 알고서는 마지막 희망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줬어요. 불법을 만나고 훨씬 밝아진 모습에 저도 덩달아 환희하고 있어요.”





비 온 뒤 세상의 색이 짙어지듯, 어둠을 딛고 일어선 일러스트 작가 이휘진 씨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며 오늘도 깊어지고 있다.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감을 뒤섞으며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고민이 필요하다.

그저 붓을 들어 색을 채우는 게 좋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일러스트 작가로서 새로운 세상을 당당히 꿈꾸기 시작한 이휘진씨.

도화지라는 작은 공간 위에서 인생을 자신만의 원하는 색으로 채우고 있는 일러스트 속 세상을 엿봤다.



-. 주변이 온통 고양이들로 가득하네요.

“제 작품에는 언제나 고양이만 등장하거든요. 저와 일상을 나누고 있는 반려묘도 여섯 마리나 된답니다.(웃음) 그래서인지 SNS에서는 일러스트 작가이자 ‘고양이 작가’로도 불리고 있어요.”



-. 이제 2년 차, 신인 일러스트 작가로 활약 중인데요. 원래는 다른 일을 했었다고요.

“미술심리치료사로 10년 정도 일했습니다.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창작미술과 심리치료 수업을 병행하는 일이었죠. 이제 겨우 몇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의 마음에도 생채기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어요. 당연한 고충이었겠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듣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깊이 공감한 만큼 덩달아 저도 우울함이 깊숙이 밀려왔어요. ‘아, 더는 할 수 없겠다’ 싶었죠.”



갓 스무 살, 대학 입학 후 상경한 이 씨는 타지에서의 생활을 홀로 견뎌야 했다. 강인하고 단단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낯선 세상에 떨어지니 막막했고 나약해졌다. 그때 찾아온 우울증과 공황장애. 밝고 에너지 넘치던 그의 생명은 한없이 어두워졌고 당시 세상과의 단절은 소중한 청춘을 앗아갔다.



“그때는 사람 대하는 게 싫었어요. 자연스레 신심(信心)도 멀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만 타도 숨이 막혔고 버스를 타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자연스레 집 밖을 나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 시절의 아픔을 극복한 줄 알았는데 사회생활을 하니 당시의 어두운 생명이 다시 찾아왔어요. 모든 게 텅 빈 것처럼 공허하고 힘들었어요.”



그 동안의 경력과 능력 등, 모든 것을 포기한 새로운 출발이 두려웠지만 마음의 무게가 어디로 기우는 지 곰곰 들여다본 이 씨. 가슴 속 무수히 많은 마음이 움직였지만 결국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마주하기로 했다. 그토록 뿌리치던 신심과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프리랜서로서 일러스트 작가의 첫발을 내디뎠다.



-. 고양이를 향한 짝사랑이 굉장합니다. 고양이만 고집해 그리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우울감에 빠진 제게 반려묘를 키워보라는 의사와 지인의 권유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아픔이 있는 고양이를 입양해 집사 노릇을 자처하고 있죠.(웃음) 고양이를 키우면서 제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모든 동작에 서두름이 없는 고양이를 곁에 두니 문득 고양이가 행복한 세상을 그림으로 담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제 그림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기원하면서 나락으로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애를 썼는데 여자부 선배들이 함께 활동하자며 끊임없이 저를 불러냈어요. 당시 여자부 ‘로망총회’가 한창이었는데,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던 제가 누군가를 위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던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그 노력이 모여서 지금처럼 밝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 인기 작가 대열에 합류하는 건가요. 벌써 주문이 밀려온다고요.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고양이를 무료로 그려드렸어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고양이에 담긴 사연이 정말 다양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홍보를 따로 한 것도 아닌데 제 작품을 찾는 고객이 자연스레 많아졌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조금씩 마니아층이 생기고 있어 감사해요. 작품을 보낼 택배비조차 없어서 마음 졸이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년까지 벌써 예약이 꽉 차서 기쁜 고민에 빠졌어요.

여러 업체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어요. 문구류부터 액세서리 그리고 포스터까지, 여러 업체와 협력해서 다양하게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오프라인 편집숍 등에도 제 작품을 여럿 입점할 수 있었죠. 반응이 좋아서 업체와 재계약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기원근본으로 행동하고 도전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헛됨이 없음을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 씨가 일러스트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여러 바이어와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참여했던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덕분이기도 하다. 10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규모가 제법 큰 박람회에 신인 작가로 참여하게 된 것. 매년 꾸준히 열리는 박람회라 유명한 작가가 이미 포진되어 있기에 신인 작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극히 적었다. 하지만 ‘일단 두드려보자’는 패기로 포트폴리오를 제출, 페어가 열리기 한 달 전에 갑자기 함께하자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6월 중순에는 고양이전문박람회 ‘궁디팡팡 캣페스타’에도 참여해요. 이번 박람회도 참여 자체가 어려웠는데 한 달 전 막차를 타는 공덕을 받았어요. 다양한 아이템을 열심히 준비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요.”



-. 다른 작가들과의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고요.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붓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수제의 맛’이 있고, 또 디지털은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작업 시간은 오래 걸려도 그 느낌을 절대 포기할 수 없죠.

또 제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하나로 한정된 ‘캐릭터’가 아닙니다. 고양이마다 사연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양해요. 그렇기에 의뢰가 들어오면 충분한 소통으로 고양이가 가진 특징과 사연을 잘 살려내려고 노력해요.”



이별한 고양이를 추억하기 위해 작품을 의뢰한 고객, 고양이와 마음껏 여행하는 상상을 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고객 등 천차만별의 사연을 마주하면서 이 씨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작품을 그리고자 노력한단다. 미술심리치료사로 활약했던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또 자신만의 동굴을 만들던 그가 지인 여럿을 포교하며 재능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연을 맺은 고객과 꾸준하게 소통하고 지내요. 한 번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절망하던 지인에게 진심을 담아 불법(佛法)을 전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거든요. 그는 ‘끝이라 생각했는데 남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를 알고서는 마지막 희망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줬어요. 불법을 만나고 훨씬 밝아진 모습에 저도 덩달아 환희하고 있어요. 매일 소설 ‘신·인간혁명’을 읽으며 격려받는 만큼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서 제가 만든 엽서에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선생님의 메시지를 적어 고객들에게 우편으로 꾸준하게 보내고 있어요. 작가로서 그리고 선생님의 제자로서 더욱 신뢰 받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입니다.”



-. 어떤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나요.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제 모습이 어떻게 읽히든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작가님은 참 친절하고 밝아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느낍니다. 또 수익금 일부를 유기동물을 위해 기부하고 있는데, 후원 활동도 꾸준하게 하고 싶어요.”



조용히 그러나 착실히 일러스트 작가로서 아름다운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고 있는 이휘진 씨. 사람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그의 단단한 바람 덕분에 그의 매일은 기쁨으로 벅차고 또 벅차다.



·남동권 女지구리더






강혜진(hjkang@) | 화광신문 : 20/06/19 13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