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철학과 실천 한국SGI 회원은 SGI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최한기 자원봉사왕

‘남을 도우며 살겠다’ 정한 인생, 내 손길 필요한 곳 어디든…



 



무리하게 일하다,

뇌출혈이 일어나

약 2년 동안 식물인간처럼…

기적적으로 정신을 차렸지만

글자와 숫자를 읽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죠.

저를 찾아와주는

한국SGI 회원들이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학회에서 배운 대로

타인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말에

아내는 그저

제 손을 잡고 웃어줬습니다.





때와 장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왕 최한기 씨. 지난달 20일 점심시간에는 관악노인종합복지관 경로식당을 찾아가 구슬땀을 흘렸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357시간. 공식적인 누적 봉사시간 6673시간(비공식 9500여 시간). 하루 평균 3.7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해왔다. 주위에서는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 사람’이라고 칭송한다.

그뿐 아니라, 수많은 고뇌에 지지 않고 역경을 타고 넘었기에 타인의 삶에 희망을 전하는 봉사가 더욱 빛난다. 최한기 씨, 그를 만나봤다.



─. 지난 연말, ‘서울특별시봉사상’ 수상을 축하한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상입니다. 상은 제가 받았지만, 저 혼자만의 상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인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모든 분을 대표해서 받은 상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봉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려고요. 힘이 닿는 한 끝까지 다른 이들을 도우면서 제 인생을 다할 결심입니다.”



최한기 씨는 지난해 관악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선정한 ‘365 자원봉사왕’에 오르기도 했다. 자원봉사센터 소식지인 ‘내일을 꿈꾸다!’ 에서도 그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담았다.





지난 연말 최한기 씨가 받은 ‘서울특별시봉사상 우수상’ 상패.



─. 주로 어떤 봉사를 하는지.

“의용소방대, 자원봉사 상담가, 사랑의 열매 봉사단, 방역봉사대 등 10개가 넘는 봉사단체에서 제가 도울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 힘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관악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성현동에서는 헬스보조 자원봉사를, 관악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경로식당 급식 봉사를 하고 있고, 야간에는 자율방범활동 등 때와 장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 날이 추워, 동네에 홀몸 어르신과 저소득 가정을 위한 봉사활동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네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데 과거 태안 기름유출사고, 동해안 폭설 피해복구, 세월호 유가족 지원활동을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재난현장 복구, 전염병 확산 방지 등 다방면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큰 병을 앓았다고 들었다.

“무리하게 일을 하다 뇌출혈이 일어나 약 2년 동안 식물인간처럼 지냈어요.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기억을 잃고 말았어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길이 없었죠.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제게 희망의 빛은 기억 저편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가족의 얼굴과 니치렌 대성인 불법(佛法)이었어요.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제 생명의 빛을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한 불법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



그때 기억을 잃은 최한기 씨는 글자와 숫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겉모습은 일반 사람과 차이가 없어, 처음 그를 만난 사람들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고.



─. 다시 일어서자 어떤 생각이 들었나.

“퇴원하고 집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이었어요. 다행히 그런 걱정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를 찾아오는 한국SGI 회원들이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됐죠. 끊임없는격려를 받으며, 반드시 재기하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정할 수 있었어요. 몸은 성치 않지만 그래도 움직여보자는 결심이 섰어요. 그래서 집사람과 상의를 했죠. ‘여보, 나는 이미 한번 죽었던 사람이에요.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남은 삶은 학회에서 배운 대로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어요’라는 말을 건넸어요. 아내는 그저 제 손을 잡고 웃어줬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부족하지만 남을 위해 살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 불편한 몸으로 봉사활동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 처음에는 의욕만 앞섰지 제대로 봉사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글자 읽는 법, 숫자 세는 법을 잊어버려 곤란했던 상황도 많이 있었고요.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함께한 분들은 저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해 주지만, 새로운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할 때는 일일이 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어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봉사를 하겠다는 저의 마음과 의지 덕분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마음을 정하니 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글도 읽고 쓰게 됐어요. 주변 분들에게 ‘자기 이름도 못 쓰더니 글은 언제 배웠지? 천재인가?’ 라는 소리도 들었죠. 남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정한 순간 진짜 천재가 된 것 같아요.(웃음)



─. 자신의 병마를 이겨내며 봉사의 참된 의미를 하나둘 찾았다고.

“결국 타인을 위하는 마음은 오롯이 제 자신에 대한 성장으로 자연스레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쓰러지기 전에도 봉사활동을 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형식적인 활동이었어요. 스스로 만족감에 취해 있었고,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었죠.

하지만 사고 이후 봉사활동의 참된 가치를 깨달은 후부터는 제게 주어진 일에 온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봉사활동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짧은 시간이라도 진심을 다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헌신의 마음이 있어야지요.



─. 앞으로의 인생 계획은.

“봉사활동은 평생 해야지요. 그동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밖에서만 활동해서 가장의 역할은 많이 부족했습니다. 경제적인 활동이 어렵다 보니 늘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요. 그렇지만 조금 더 건강을 회복하면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래 봬도 아직 팔팔한 50대인걸요. 아직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타인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2년 안에 가족들에게도 큰 힘이 되는 듬직한 가장이 되고 싶습니다.”



최한기 씨는 타인을 위한 삶이 곧 자신의 삶이라 여긴다. 스스로는 봉사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봉사한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머지않아 봉사와 함께 가정과 직장에서도 더욱 아름다운 그의 인생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관악권 총합지역장






박은서(espark@) | 화광신문 : 16/02/05 1150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