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미소·친절·신뢰’ 의뢰인의 마음을 최우선 하는 법조인
의뢰인들에게 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 조금이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소송에 임하도록 돕고 있다는 윤 씨.
재판과정과 판결 내용이 이해가 가도록 세세하게 설명하고 안내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변호사. 때로는 멋진 슈트 차림으로 법정에 서서 멋진 대사를 날리기도 하고, 때로는 인격 가득 담은 뱃살과 꾀죄죄한 모습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재판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고단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변호사의 옆에는 언제나 곁에서 무슨 일이든 사력을 다해 돕는 사무장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렇듯 소규모 법률사무소에서는 ‘사무장’으로, 규모가 큰 로펌에서는 ‘송무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늘에서 변호사의 손과 발이 돼 재판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법무법인 ‘정세’에서 송무팀장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윤상규 씨를 만났다.
─. 오랜 시간 사법시험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40대 나이로 지금까지 쌓아온 일을 놓는 것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세월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40대 중반까지 사법시험 준비를 했어요. 그러다 가족에게 큰 어려움이 생겼죠. 그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2년 정도를 사방팔방 정신없이 뛰어다녔는데, 제가 아는 것은 책에 들어 있는 법률 지식이 전부일 뿐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없었죠. 저의 무능함에 화가 났습니다. 너무 오랜 세월을 도끼 자루가 썩는 것도 모르고 좁디좁은 책 속에 갇혀 있었던 거죠. 가족을 위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탑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한 치의 미련도 없이 공부를 접고 사회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현실의 숙명 앞에 무능했다. 그래서 포기하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래도 그 시간과 노력이 헛수고는 아니었는지 가족을 위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에는 그것이 큰 자산이 됐다.
“10여 명 규모인 변호사 사무실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이론밖에 몰랐기 때문에 처음 몇 달은 실무를 익히는데 애를 먹었지만,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 공부니까요. 실무마저도 책을 보며 열심히 공부해 6개월이 지났을 때는 그동안 익힌 법률 지식을 근본으로 실무를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됐죠. 그렇게 3년쯤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지금 회사의 대표 변호사가 같이 일해보자고 권유해 송무팀장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 평범한 사람들에겐 법적인 문제를 겪는 것이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 많아 어렵고, 두려움이 클 것 같다.
“그래서 팀장 역할이 있는 거죠. 소장 작성, 법률 검토 등 변호사 업무의 전반적인 부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일이 의뢰인을 상담하는 일이니까요. 우선 편안한 미소로 의뢰인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어려운 법률적 용어라든지 서류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승소를 하든 패소를 하든 의뢰인에게 그 과정이 상쾌하게 이해가 되도록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이죠. 그 속에 신뢰가 쌓이는 거니까요.”
이미 법적 문제로 위축되어 있는 의뢰인들에게 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 조금이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소송에 임하도록 돕고 있다는 윤 씨.
그리고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그는 의뢰인의 처지에서 재판과정과 판결 내용이 이해가 가도록 세세하게 설명하고 안내한다.
“하나의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어떨 때는 소송이 ‘각하’ 될 때가 있고, ‘기각’ 될 때가 있어요. 그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의뢰인에게 설명했죠. 밥상을 차렸다고 가정했을 때, 밥과 국 그리고 김치가 있어야 상을 제대로 차린 것인데 김치가 빠져서 식사를 하기도 전에 밥상을 물리는 것이 ‘각하’고, 밥과 국, 김치는 제대로 차렸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이 너무 없어서 밥상을 물리는 것이 ‘기각’이라고요. 바로 이해하더군요.”
─. 일을 시작한 시기와 신심을 만난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불법(佛法) 철학을 사회에서 펼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한마디로 ‘한 사람을 소중히’입니다. 학회 활동을 통해 대화하는 방법,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단련 받았기 때문에 의뢰인의 이야기를 최대한 듣고, 업무적인 상담을 떠나 최대로 격려의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수익보다 의뢰인의 처지에서 상담하고,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소송이라는 것이 세 건을 한 건으로 처리할 수도 있고, 한 건을 여러 건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소송이 많을수록 의뢰인의 비용 부담이 커지니까요. 그러다 보니 변호사와 의견충돌이 생길 때도 있지만 언제나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라는 부분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심을 다한 노력이 의뢰인의 마음에도 전해진 것인지 지금까지 윤 씨를 찾았던 의뢰인 중 심지어 패소를 했을 경우에도 불만을 토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수 년이 지나도 계속 안부를 묻고 방문하는 의뢰인들이 있을 정도라고.
─. 어느덧 로펌의 팀장으로 일한 지도 10여 년이 됐다. 그동안 기억에 남는 고객이나 일화가 있나.
“숱한 의뢰인들을 만나면서 ‘숙업은 법으로도 구제할 수 없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미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만 의뢰인의 뜻대로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4년 전쯤 산재사고를 당한 중국 교포 부부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산재처리과정에서 중국 국적인데다가 본인도 몰랐던 선천성 질환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산재처리를 받지 못하게 돼 소송을 의뢰한 분이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하고 말았죠.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고 싶다고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어요. 상고를 해도 승소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든 상황이었고, 변호사 수임료를 부담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이대로 마지막 소송도 해보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평생 한이 될 수 있을 테니 끝까지 가보자고 했죠. 여러 판례들을 찾아가면서 무료로 상고심을 진행해 줬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패소였습니다. 하지만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했으니 서로 후회가 남지 않더라고요. 안타까운 결과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도 부부에게 신심(信心)을 전해줬으니 승소라는 결과보다 더 큰 인생의 선물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역시나 소송을 통해서 인연을 맺은 분에게 서울에 올라온 김에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바삐 자리를 떠나는 윤상규 송무팀장.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은 변호사지만 의뢰인 ‘한 사람’의 인생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마음을 다해 법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사명감을 지니고 일에 매진하는 윤상규 송무팀장이야말로 현실 사회에서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노원권 지부장
장선아(sajang@) | 화광신문 : 15/11/27 1141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