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직원의 생활습관과 마음까지 살피는 보건관리자
활활 불타는 열정으로 끊임 없이 배우고 또 배워
정규직 전환에 이어 승진, 더 좋은 근무환경으로
‘안전’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그 중요성 두 번 말하면 입 아프지만, 그동안 ‘성장’ ‘발전’이라는 구호에 묻혀있던 이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쾌재를 부르는 이가 있다. 국내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단에 있는 S기업 건강관리실에서 선임간호사로 근무하는 정미경(여수권 쌍봉지부 지부부부인부장) 씨다.
보건관리자로 일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정미경 씨의 마음은 늘 한결같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감사해요."
소방관을 연상케 하는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정 씨가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자 실내가 구수한 아메리카노 향으로 가득 찼다.
“옷 색깔이 너무 튀죠? 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도록 제작됐어요. 커피 한 잔 드세요. 요즘 제 최대 활력소예요.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쭉 내려간답니다. 건강관리실을 찾는 직원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좋아요.”
종합검진, 특수검진, 유소견자 관리, 작업환경 측정, 응급환자 대응, 건강관리실 운영 등 그녀의 일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특히 여름철에는 무더운 날씨 탓에 환자가 속출할 수 있어 현장을 더 자주 순찰해야 한다. 그래도 일상에서 작은 여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직함은 간호사지만 보건관리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법적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1명, 500인 이상 사업장에는 2명의 보건관리자가 있어야 해요. 보건관리자는 의사나 간호사, 산업위생기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고요.”
정 씨는 원래 종합병원 간호사였다. 결혼 후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지만 살림은 팍팍했고 다시 생활전선으로 나와야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려 근무시간이 긴 병원에 취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신문 배달 아니면 우유 배달을 생각할 정도로 막막했는데 우연히 지금 다니는 회사의 모집공고를 보게 됐어요. 근무시간도 9시부터 4시까지로 ‘딱’이었죠.”
남편은 ‘누가 솥뚜껑 운전기사에게 대기업 보건관리 업무를 맡기겠느냐’며 핀잔을 줬지만 그럴수록 더욱 오기가 났다. 간절한 목표를 놓고 기원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신심을 했던 그녀에게 익숙했다. 광선유포의 직장,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는 직장이라면 합격하게 해달라는 그녀의 기원은 통했다.
“제가 입사한 게 1998년 IMF 때였어요. 고용법이 완화돼 정규직이었던 보건관리자가 비정규직으로 격하되던 때였죠. 그런 위기가 저한테는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보건관리자의 업무는 그녀의 말에 의하면 ‘천장을 뚫고 나오고 싶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했다.
“특히 측정기관에서 작업환경을 측정하러 나오기 전 실시해야 하는 물질사전조사가 곤혹스러웠어요. 처음 들어보는 기호투성이라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보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와 씨름하기 일쑤였어요.”
작업환경 측정은 작업자가 일하는 환경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파악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스티렌, 염산, 페놀 등 각종 유독물을 취급하고 있어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더욱 철저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보호구를 착용할지를 결정하고 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보건관리자? 빨간약이나 발라주는 사람 아니냐’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응급상황에서 단 5분으로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보건관리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해요.”
그렇기에 그녀는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복잡한 화학물질에 대한 공부뿐 아니라 사회복지와 심리상담 공부, 구급차를 몰기 위해 1종 대형면허를 따기도 했다.
“저는 한번도 낮잠을 자본 적이 없어요. 한번 죽었다가 살아난 인생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1999년 출근하던 길에 대형교통사고가 났다. 전치 16주. 의사는 그녀에게 “살아서 병실을 나가기 어렵다”는 절망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 순간 정 씨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오직 아이들뿐이었다.
“아이들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제목을 불렀어요. ‘어떠한 병법보다도 법화경의 병법을 쓰실지어다(어서 1192쪽)’라는 한구절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몰라요.”
신심을 반대하던 남편도 ‘아내를 살려만 달라’고 창제를 했고 그녀는 모두를 놀라게 하며 건강한 몸으로 퇴원, 4개월 만에 복직했다.
“그래서 더 필사적입니다. 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 알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도 응급상황이 있었는데 나중에 상황이 끝나고 나니 제가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3층 건물을 뛰어 올라갔나 싶어요. (웃음)”
건강관리실을 찾은 동료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함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정미경 씨(사진 왼쪽 셋째).
한편 정 씨는건강을 위해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무직 근로자들은 일상적으로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데 비해 에너지 소모는 부족해 고지혈증 환자가 많다고 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 성분이 계속해서 들어오면 결국 혈액에 쌓여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잦은 고기 섭취는 피하고 최대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정 씨는 육체건강만큼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마음이 힘든 건 참기 어렵기에 사원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마음이 복잡하다고 찾아오는 직원과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다시 컨디션을 되찾아 돌아갈 때면 정말 마음이 흐뭇해져요. 근래에 직원들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실이 생겼는데 정말 잘 된 일이에요.”
20대 청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일하는 정 씨를 회사에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6년 정규직 전환에 이어 2010년에는 원래 없었던 ‘선임간호사’라는 직책이 생겨 승진도 했다. 최근에는 추가인력도 배치돼 근무환경이 더욱 좋아졌다.
이제 좀 여유를 부려봐도 좋을 텐데 정 씨의 도전엔 끝이 없다.
“최근에는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땄어요.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만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앞으로도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불법자(佛法者)의 마음으로 동료들과 이웃들에게 행복을 넓혀갈 결심입니다.”
끝없는 도전으로 활활 타오르는 그녀의 열정이 그릴 따뜻한 미래가 기대된다.
박수인(suin@) | 화광신문 : 14/08/15 1081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