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정말 깨끗합니다” 객실 청결로 감동 부른다
곳곳에 정성이… 게시판에 칭찬 댓글 도배
여행객의 가장 마음 편한 쉼터로 자리매김
천년 고도 경주의 대표적 휴양단지인 북군펜션마을. 동쪽에는 북군 저수지, 남쪽에는 보문호수에서 시작되는 북천이 흐르고 동남쪽으로는 보문관광단지가 있다. 일상을 내려놓고 재충전을 꿈꾸는 여행객들에겐 언제나 넉넉한 품을 열어 두는 곳. 시간도 쉬어갈 것 같은 그 풍경 속에 유독 춘삼월 일벌마냥 바삐 움직이는 설정자(경주권 동천지역 부부인부장)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네. 펜션마을 내리셔서 전화주세요. 횡단보도 건너서 타세요. 네.”
통화를 끝내자마자 이번엔 가족 손님을 맞는다. 언제 바빴냐는 듯 밝은 얼굴로 안내를 하는 설 씨.
“‘잘 쉬었다 갑니다.’소리가 제일 듣기 좋아요” 남들 쉬는 뒷바라지를 즐거운 일로 즐기는 설정자 씨. “또 닦아야죠!”
“그럼요. 아이들 계단만 조심해 주세요.”
무사히 안내를 마치자 어느새 커플 손님이 입구를 들어서고 있다. 정말 엉덩이 붙이고 있을 새가 없다.
“그나마 평일이라 나아요. 휴가철이나 연휴엔 아예 잠잘 생각도 못하죠. 남들 다 쉴 때 땀으로 목욕을 한다니까요?”
애교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 설정자 씨는 펜션마을에서도 가장 대형급인 ‘더휴펜션’의 대표다. 넓은 주차장에 목조로 지은 전원풍의 2층 객실 두 동이 ‘ㄱ’자로 늘어선 풍경은 입구에서부터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객실 숫자만 보통 펜션의 두 배가 넘다 보니 매출이 여느 중소기업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지만 덩달아 할 일도 항상 풍년이다.
우선 손님들이 퇴실한 객실을 다시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방청소, 욕실청소, 설거지에 쓰레기 배출은 기본. 각종 침구류를 갈아 놓고 나면 집기류 하나하나를 점검한다. 가전기구, 가구, 욕실용품, 주방용품, 갖가지 기본양념에 보드게임에다 할인권 책자까지. 여기에 손님들을 위해 따로 지은 휴게실과 무료 대여 자전거들도 살펴본다. 부서진 건 교체하고 부족한 건 채워 넣고 모든 준비가 끝나야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도 바쁘지만 방학이나 휴가철이면 일손을 배로 늘려도 모자랄 지경이 된다. 치우고 손님 맞고 치우고 손님 맞고를 반복하다 보면 날이 어떻게 지나는지를 모른단다.
하지만 일은 이제 시작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약상황을 확인한 설 씨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응대하며 길안내를 하기도 하고 직접 마을 입구까지 손님을 태우러 나가기도 해야 한다. 객실 안내를 하고 나면 주변 편의시설도 꼼꼼히 알려준다. 저녁이면 바비큐 준비를 챙겨주는 틈틈이 다음날 예약 현황을 다시 점검한다.
여기에 대표로서 각종 세금신고와 행정 일까지 처리하고 있다는 그의 모습을 보자 펜션사업에 대해 상상했던 유유자적한 이미지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도대체 선한 웃음 가득한 자그만 체구 어디에 그토록 야무진 사업가의 모습이 있는 것일까?
“다 신심 덕분이죠. 이것도 진짜 공덕 받아서 하게 됐어요. 밥도 못 먹고 살 뻔한 적도 있는데.”
설정자 씨는 살아보려고 발버둥 칠수록 괴로움만 커지던 인생길에서 만난 신심이 희망이고 돌파구였다고 술회한다. 벗어날 길 없을 것 같던 경제문제도,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가족 간의 갈등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으로 만들 수 있었다. 남편 최규익 씨가 처음 펜션사업을 제안했을 때도 부지 문제부터 자금, 행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은 상황이었지만, 매일이다시피 추령재를 넘어 양북면 산골까지 가정방문을 다니던 그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때 회원 한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넘어 다닌 무수한 발걸음이 있었기에 지금 펜션에 오는 손님 한사람 한사람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지 않나 싶단다. 지나다 보면 그릇 깨 놓고 도망가는 손님, 멀쩡한 가전기기를 망가트려 놓고 몰래 내빼는 손님, 별별 사람들이 다 있지만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또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그의 넉넉함은 아마 신심활동에서 쌓인 것일 게다.
그래서인지 홈페이지 게시판엔 감사의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마음껏 놀려면 그쪽으로 올라가는 게 더 나아요.”아이들 있는 가족이 오자 얼른 숙소를 바꿔주는 설정자 씨(왼쪽 첫째)의 친절에 처음부터 분위기 업!
“공기 좋고 모든 게 만점!” “너무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또 올게요. 외숙모!”
격 없이 친절한 모습이 얼마나 편했던 것일까. 졸지에 ‘외숙모’가 된 설정자 씨는 전국에 수많은 조카들(?)을 두게 됐다. 여러 가지 감사의 글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깨끗하다”는 칭찬은 유독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한다.
“제가 다른 집보다 유별나게 해요.”
여행 온 손님의 기분을 가장 처음 좌우하는 건 객실의 청결이라고 믿는 그의 노력은 철저하다. 보이지 않는 객실 구석까지 청소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빨래는 절대 대행업체에 맡기지 않는다. 그 많은 객실에서 매일 나오는 양의 빨래들을 직접 빨고 자연건조한다. 정말 팔이 빠질 것 같을 때면 ‘내가 왜 이러나’ 싶다가도 객실 문을 열자마자 상쾌함에 기뻐하는 손님들의 얼굴을 보면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간단다.
한 번은 설 씨의 이런 청결 고집이 국제적 감동을 몰고 온 일도 있었다.
“정말 깨끗합니다~”
몇 년 전 펜션을 찾은 50대 중반의 일본인 남성 관광객은 연신 감탄을 연발했다. 알고 본 즉 그의 정체는 전문 청소용역 사업가. 펜션의 깨끗함에 감동한 그 관광객은 4~5일 머무는 동안 직원들을 쫓아다니며 세제 쓰는 방법, 청소방법 등을 요모조모 충고해주는 열정을 보여주었고, 일본에 돌아갈 때는 “다음에 나올 때 내가 가장 좋은 청소걸레를 가지고 다시 찾겠다”고 약속했단다. 지금도 그때 배운 청소법을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더(The) 휴(休) 펜션.’ 일상을 내려놓고 마음껏 쉬었다 가라고 지었다는 이름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쉬게 해 주기 위해 설 씨가 가장 정성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화초다. 펜션 두 동의 앞뒤와 주차장 주변을 모두 돌아 빼곡히 늘어선 각종 나무와 풀들이 이른 여름을 맞은 채 인사를 건넨다. 포도나무, 살구나무, 공조팝나무, 병꽃나무, 인동, 장미, 으아리, 앵초, 달맞이, 만수국, 나리 등등. 한가득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화초들을 돌아보는 사이 어느새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끼며 이곳을 가꾸는 그의 정성이 느껴졌다.
“여기 벌써 오디가 열렸어요. 보실래요?”
천진난만하게 불러대는 설정자 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앞으로도 이곳이 인생을 한걸음 쉬어 가고 싶은 이들에게 소중한 쉼터가 되기를 기원했다.
김태헌(uncle@) | 화광신문 : 14/06/13 1073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