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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청주시립국악단 가야금연주자 박현영 씨 가야금 한줄 한줄에 마음 싣고


뚜웅 몸이 울린다.
누르고 퉁기는 한 줄의 울림에 가슴이 울고 오만 감상이 넘실댄다.
아. 이게 가야금이구나.
“마음이죠.”



야금 한줄 한줄에 마음이 실려야 비로소 진짜 울림이 나온다는 박 씨. 그래서 그는 ‘우리 음악에 천재는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단다. 가진 재주로야 세상을 놀래는 신동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우리 음악은 재주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악기든 소리든 국악은 세월의 굴곡을 지나며 다져지고 키워진 마음의 무게가 실려야 비로소 그 깊고 아련한 울림이 완성된다는 것. 그것은 재주가 아닌 인고의 노력과 세월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그렇기에 ‘대가는 있어도 천재는 없다’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저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청주시립국악단 가야금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영 씨는 요즘 바쁘다. 청주시립국악단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케이뮤직(KMusic) 프로그램 준비 때문이다. 한국을 세계 속에 알린 케이팝(KPop)과 케이푸드(KFood)를 이어 더욱 강력한 문화충격을 꿈꾸는 야심찬 계획이다. 우리 음악에 담긴 깊은 마음의 울림을 세계의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는 이 기획은 벌써 일본 방송과도 첫 계약을 따낸 상태다. 요즘은 뮤직비디오 촬영과 다음 달 음반출시 준비 그리고 5월에 있을 공연준비까지 일정이 빼곡하게 나와 있다. 하지만박현영 씨가 바쁜 이유는 아직 반 밖에 나오지 않았다. 충북국악예술단 지휘자, 로사가야금앙상블 음악감독, 전주예술고등학교 강사, ‘현&현(賢&絃)’가야금앙상블 단장이 모두 그의 이름 하나에 붙은 수식이다. 우리 음악을 가르치고 알리는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그 덕에 요즘은 시쳇말로 먹고 죽을래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 된 것이다.
특히 ‘현&현’ 가야금앙상블은 그가 직접 꾸리고 하나하나 꾸며가고 있는 팀이다. 4~5 전부터 시작해 크고 작은 행사에 참가하며 내공을 키운 연주단을 내년 쯤 정식으로 세상에 내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나이 어린 단원들과 연습할 때면 박 씨는 벌써 1년 뒤 창단연주 무대를 꿈꾸며 갖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단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무엇이냐 묻자 대뜸 “기본과 전통”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개량악기가 등장하고 창작공연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의 세태에 일침을 놓는다.
“현대식으로 개량한 악기와 연주가 보기 좋을 수는 있습니다. 올라가기는 쉬운거죠. 하지만 연주자로서 평생 지켜야할 기본과 전통이 없다면 추락하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따라서 연주자라면 가장 기본이 되는 전통악기를 먼저 해야 하고 평생에 걸쳐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야금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기본이자 전통인 정악 가야금이 돼야 산조 가야금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고 25현금과 같은 창작악기는 연주자로서의 바탕이 된 뒤에야 비로소 손을 대야 한다는 것.

박현영 씨의 꼬장꼬장한 고집은 가르치는 후배들의 성장에서도 결과로 나타난다. 지난해 가르쳤던 입시생들이 하나 같이 국립대학교 수·차석이나 명문대 전액장학생으로 합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끊임없이 ‘기교’가 아닌 ‘마음’을 이야기하고 가르친 결과인 것이다.
“들으면 알아요. 연주에 어떤 마음이 담겼는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안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불법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누게 되죠.”
신심 3세대. 대구가 고향인 박현영 씨는 모태신앙이다. 6세 때부터 시작한 가야금이 그의 인생이야기를 짓는 축이라면 신앙은 또 하나의 중심축이다. 어릴 부터 순수하게 신심을 했다곤 하지만 그에게 본격적인 신앙생활이 시작된 건 입시를 앞둔 고3 시절이었다. 현을 흔드는 이른바 ‘농현’에 문제가 생겼다. 치명적이었다. 아무리 연주를 고쳐보려고 노력해도 허사였다. 평생의 꿈을 위해 쏟아온 시간과 노력이 이제 막 열리려는 대학 문턱에서 한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인생의 절박함에 갈피를 못 잡는 그의 손을 잡아 준 건 할머니였다.
“창제밖에 없겠구나.”
정형외과와 물리치료실을 문턱이 닳듯 다녀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박 씨는 진지한 기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원이 강해지면 강해지는 만큼 그의 노력도 더욱 치열해졌다. 어느 날 학원에 모 대학 교수가 들렀다가 학원생들 연주를 들어보기로 했다. 연주는 실제 입시처럼 가림막 뒤에서 치러졌고 박현영 씨도 물론 참가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그 교수가 짧게 말했다.
“○번 째 너 나와!”
박 씨는 영문도 모르고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잡고 섰다. 그리고 뒤이은 교수의 말을 한순간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못 박혔다.
“니가 우리 학교 와서 교수해라.”
기쁘고 행복하고, 한편 서럽고 복받치고. 그날 하루 정말 펑펑 울었다는 그의 심정이 족히 짐작이 갔다. 그날 이후 신심은 박현영 씨의 인생에 가장 큰 길잡이가 되었다. 그는자신이 아는 이들 모두에게 주저 없이 신심을 이야기한다. 인생 최고의 힘이라고. 오죽하면 신랑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원한대로 만났을까? 벌여놓은 사업 쫓아다니느라 바쁜 와중에도 남편 노재찬 씨는 자잘한 배려로 감동을 안겨준다. 순순히(?) 신심도 알아가고 있는 요즘 모습을 보면 ‘진짜 인연이구나’ 싶단다. “신심과 가야금은 둘 다 ‘인생’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상행곡선을 그릴 순 없지만 나태함을 깨닫고 다시 스스로를 조이게 되죠. 신심이 없었다면 아마 여기까지 못 왔을 겁니다.”
언젠가 꼭 불법에 담긴 인간 사랑을 우리 소리로 연주하는 가야금 연주단을 만들고 싶다는 박현영 씨. 그가 가야금 소리를 설명해 준 표현이 돌아서는 귓가에 계속 맴돌며 여운을 던져줬다.
‘항아리 가득 받아 놓은 물 위로 아침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가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한다면 우린 그 울림을 다시 접할 수 있으리라. 또 듣고 싶다.

·청주권 서부지부 부반담



김태헌(uncle@) | 화광신문 : 14/03/14 1060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