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철학과 실천 한국SGI 회원은 SGI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마음문학치료연구소 부소장 김선영 씨 문학으로 나누는 따스한 마음




동화책 한 권의 만남이 잊지못할 원점으로

사람들 어깨 토닥이며 마음 나누는 인생을



‘너 왜 울어?’

테이블 위에 놓인 동화책 한 권이 눈을 잡아끈다.

“코트 입어!” “어서 가서 장화 찾아와!” “그래, 찾았어?” “떠들지마” “빨리 좀 걸어” “너 말 안 들을래?”

뜨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점점 젖어가는 주인공 아이의 눈망울을 차마 바로 보지 못하겠다.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가슴을 찔러오는 양심의 가시에 진땀이 송골송골 솟는다. 순간 한줄기 바람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하하하 보는 엄마들이 항상 우시는 책이에요. 느낌이 다르시죠?”

위기의 순간(?) 청아한 소리로 기자를 구해준 김선영 씨. ‘마음문학치료연구소’ 부소장으로서 많은 이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그에게 알 듯 모를 듯 생소한 ‘문학치료’의 세계를 물었다.

“문학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 속에 숨어 있는 언어를 밖으로 표출시켜줌으로써 상처 받은 마음을 행복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문학이 예술의 세계를 넘어 의학의 세계에 꽃피기 시작했다는 그의 설명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영혼을 치료하는 장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인간치유의 조류는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의료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치유의 흐름을 열고 있다. ‘문학’이라는 촉매를 통해 내담자와 치료사 사이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문학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 내담자의 자아존중감을 높여주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이를 위해 치료사는 ‘읽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쓰기’를 통해 내면의 소리가 녹아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문학치료’에서 문학이란 시나 소설, 수필, 동화처럼 인쇄되어 있는 언어적 매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면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주는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음악, 사진, 그림 등의 시청각 매체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한번은 엄마와 딸이 찾아오셨어요. 엄마는 딸에게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딸은 성적만 높고 가슴은 차가운 아이로 자라고 있었죠. 모녀지간에는 넘기 힘든 갈등의 벽이 이미 높게 쳐져 있었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실마리는 엄마의 성찰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처럼 살고 싶진 않아!’라며 상처입고 멈춰버린 자신과 마주한 그 엄마는 자신이 딸에게 쏟아 부었던 애정이 얼마나 힘든 구속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두 모녀가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며 저도 먹먹함과 후련함이 교차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느라 분주한 김 씨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연구소의 운영업무를 담당하며 집단상담, 개인상담, 심리검사 등 각종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요 연수와 대학 강의에 다양한 매체에 기고까지 해내는 모습은 가히 수퍼우먼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한 길 걷기도 어려운 세상에 이토록 다방면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그녀는 틀림없는 ‘엄친딸’이 아닐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어렸을 때 열병을 앓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결석을 밥먹듯이 했죠.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건강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운동신경, 수학지능이 떨어지니 뒤처질 수 밖에요. 독서가 불가능할 정도였느니 아예 학습의 기본이 안되는 아이였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처럼 열정적으로 살게 했을까?

“신심이죠. 제 인생의 모든 골격은 학회 속에서 만든 겁니다.”

어린 나이에도 죽음의 위협을 느낄 만큼 힘들었던 그를 잡아준 건 신심이었다. 모태 신앙이었지만 소녀부 회합을 나가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신심 도전을 시작한 김선영 씨. 어려움 속에서도 고사리 손으로 새벽 창제를 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기원하고 뛰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물로 받은 이케다 SGI 회장의 동화책 ‘왕벚나무’. 이 한 권의 책과의 만남은 어린 소녀의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원점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도 믿지 못할 드라마가 시작됐다.

기적적으로 몸이 건강해진 것은 물론이요, 그토록 공부에 흥미가 없던 그가 실업계 고교 졸업반에서 최우선으로 가장 좋은 직장에 취업했을 때도, 연봉이 두 배가 넘는 외국계 기업에 최저학력 합격이라는 신화를 만들었을 때도, 다시 학업에 도전해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했을 때도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신심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었다. 그랬기에 신심의 사명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시간을 쪼개어 병행에 도전했다. 바쁜 틈바구니를 뚫고 도전하는 학회활동은 그에게 오히려 가장 큰 충전의 열쇠가 됐다.

그리고 2008년 청년연수 멤버로 찾은 소카대학교 캠퍼스에서 김 씨는 인생의 길을 정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창립자로서 이케다 SGI 회장이 한사람 한사람의 졸업생 전원의 이름을 새겨 놓은 곳을 견학한 순간 ‘사람의 마음을 돌보고, 사람을 육성하는 스승의 마음을 나의 길로 걷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밑바닥부터 걷잡을 수 없이 차올랐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김 씨는 운명처럼 문학치료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했고 그 곳에서 가장 소중한 인생의 인연인 지금의 김은아 소장을 만났다. 존경하는 멘토이자 선배로서 언제나 친언니처럼 자신을 끌어주는 김 소장과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도 사람들을 위해 열정을 쏟아 주는 연구소 동료들이야말로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언제나 지금의 자신보다 한 발 더 나가려는 김선영 씨의 행보는 지금도 힘차게 이어지고 있다. 교육심리학 박사과정을 도전하는 한편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출판사업도 시작했다.

본인의 소망을 담아 출판사 이름도 ‘마음’이라 지었다는 그는 ‘각박한 세상 속에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따스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해 무료 도서관을 짓고 싶어요. 그 곳에서 두렵고 상처받은 아이들이나 괴로움을 나눌 곳이 간절한 이들과 함께 읽고 쓰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먼 훗날 작은 손길로 사람들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페스탈로치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그의 눈동자는 벌써 아픈 이들의 마음을 보듬으려 서두르고 있다.

·두류권 송현지부 지구부부인부장


김태헌(uncle@) | 화광신문 : 13/03/15 1012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