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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김정옥 남도연보존회 회장 3대째 맥 이으며 한국 전통미·혼 담긴 ‘연’ 제작의 명인!

‘연’은 종합예술! 공방 운영·창작활동하며 관람온 학생들 위해 제작체험 진행



그 의 눈빛은 매서웠다. 댓살을 깎고 한지를 마름질하고 자르고 붙이고 매듭을 잇는 동안 매섭게 빛나는 김정옥 씨의 눈동자는 한 점 흐트러짐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야무진 손끝을 거쳐 한 장의 태극연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서야 그의 얼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영락없는 촌로의 넉넉한 미소가 떠올랐다.

홍포(虹浦) 김정옥. 평소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족보에 적힌 김양현이라는 이름이 익숙하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의 전통미를 담은 연 제작의 명인으로 부쩍 그의 이름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광주시 남구 양과동에 문을 연 남구민속문화체험관에는 남도연보존회장인 그의 손을 거쳐 재현된 우리의 연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사용했던 ‘통신연’을 비롯해, 해방이전 전라도 지역에서 널리 사용했던 동갱이연(방패연), 홍어딱지연(가오리연)과 제비연, 팔랑개비연, 도굿대 연 등 우리의 전통미와 혼을 담은 연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 중 김 씨가 가장 좋아하는 연은 ‘방구멍연’이다. 흔히 구멍이 없는 방패연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한복판에 가로 길이 1/3 크기의 지름으로 동그란 구멍을 뚫은 우리의 전통연은 ‘방구멍연’이다. 여기에 태극무늬를 그려 넣으면 ‘태극연’이 된다.

김 씨는 이 곳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창작활동을 하는 한편, 관람 온 학생들을 위해 연 제작체험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측에서 그를 초청해 ‘자유와 소망, 하늘을 나는 연’ 특별전을 개최해 1만6천여 명이라는 관람객과 만나기도 한 김 씨. 요즘은 초청 받은 각종 전시에 출품할 작품들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생을 연과 함께 해 온 김 씨지만 오늘날까지 열어온 그의 연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훈장이었던 할아버지와 고수 였던 선친은 모두 연의 명인이셨다. 3대 째로 태어난 그도 유독히 연을 좋아했고 스무살 무렵까지 아버지로부터 전통 연에 관한 모든 걸 사사했다.

하지만 그는 연 만드는 인생을 거부했다. 어려운 시절 밥벌이가 될 리 없는 연에 매달린 가난한 인생이 싫었다. 그래서 그는 화공과 금속 기술을 배웠고 기능공으로 생계를 꾸렸다. 80년대 초 아내 문정숙 씨와 결혼도 하고 가정을 이뤘지만 오랜 나날 화공약품에 시달린 폐가 망가졌고 그는 인생의 가파른 내리막으로 내몰렸다. 이 때 그를 구한 것이 불법(佛法)과 연이라는 두 가지 희망의 끈이었다.

이웃의 권유로 ‘장년부 교학’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임대회관 한쪽 벽면에서 그의 눈이 못박혔다. ‘한 사람의 위대한 인간혁명은 이윽고 한 나라의 숙명전환도 이루고, 나아가 전 인류의 숙명전환도 가능케 한다’는 이케다 SGI 회장의 글을 본 순간 그는 이 불법으로 반드시 행복해지겠다고 결의했다. 그리고 얼마 후 우연히 광주MBC와 삼애연맹이 주최한 연날리기를 찾게 된 김 씨는 하늘 가득 날리는 연들을 바라보면서 그의 가슴속 저 밑에서 불끈거리며 솟구치는 동심을 느꼈다.

그날 이후부터 꿈을 향한 그의 3박자 인생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이면 화방으로 서실로 달려가 배우는 한편, 일주일이 멀다하고 열리던 좌담회도 쫓아다니며 활동했지요. 미쳤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겁니다.”



연을 만지는 순간 김정옥 씨의 날카로운 눈빛은 진검승부에 임한 무사의 눈빛 바로 그것이다. 그에게 연은 꿈을 향한 승부 그 자체다.

그의 눈물겨운 노력은 선대부터 물려받은 탄탄한 기술에 전통 미학까지 가미된 그만의 아름다운 연으로 탄생했다. 이 후 김 씨는 국내외 다양한 연 대회에 출전했고, 90년대 말부터는 각종 전시회와 전수교육, 계승활동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국상을 맞아 하얀 가오리연 400개를 이은 ‘상주연’을 국희의사당 하늘 위로 띄워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3년 광주 전시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열리는 이케다 SGI 회장의 ‘자연과의 대화 사진전’에서 축하행사로 연을 날린 것은 그의 생에 가장 큰 기쁨으로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생을 바친 분신이나 다름없는 연을 통해 광포의 사명을 할 수 있었다는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재산으로 새겨져 있다.

“연을 날리는 것은 마음을 날리는 것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을 담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연에 마음을 담아 호연지기를 키우는 연은 말 그대로 종합예술입니다.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기에 꼭 ‘연 박물관’도 세우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김정옥 씨는 지금의 모든 것이 신심의 공덕이라고 말한다.

연 전문가로서, 금속공장의 대표로서 그리고 총합지부장으로서 세 사람 몫을 하기 위해 지금도 눈 돌릴 새 없이 바쁜 그가 직접 반을 맡아 대왕자반에 도전하고 있는 것도 모든 것이 신심 근본이기에 가능하다는 확신 때문이란다.

어느새 광포의 인재로 훌륭하게 성장한 자녀들과 지금껏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아내를 가장 사랑한다는 김정옥 씨. 우리의 아름다움과 혼을 담는 연의 명인으로서 불법의 위대함을 증명하겠노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눈빛이 다시 한번 매섭게 타오른다.

서광주권 하남지부 총합지부장



김태헌(uncle@hknews.co.kr ) | 화광신문 : 11/10/14 944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