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철학과 실천 한국SGI 회원은 SGI 불교 철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인구부 구두수선공 - 손재주가 팔방미인 ‘응암동 구두박사’
30년을 구두와 함께·입소문 타고 멀리서 손님 찾아와

어려운 이웃 무료 수선·회원 행복 위해 종횡무진 활약



보슬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 새하얀 모시옷 차림의 노신사가 작은 구둣방 앞을 서성인다. 멀리서 바쁘게 걸어오는 작은 체구의 구둣방 주인이 보이자 이내 안색이 밝아진다.

“어서 오세요. 뭐 해드릴까요?”라는 주인의 말에 몇 번 신지 않은 구두 한 켤레를 내민다. 주인은 익숙한 듯 구두굽 뒤쪽에 작은 보조굽을 덧대며 “이렇게 하면 굽뿐 아니라 구두 바깥쪽도 닳지 않고 오래 신을 수 있죠”라고 말한다. 이어 흰색 면조각을 둘러감은 주인의 오른손이 쉴새 없이 구두 곳곳을 오가며 광을 내기 시작한다.

20년째 이 구둣방을 찾고 있다는 노신사는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받아 들고 구둣방 주인의 솜씨 자랑을 한참 늘어놓는다.

“꼼꼼하고 깔끔하게, 얼마나 마음에 들게 하는지 몰라요. 신발도 오래 신을 수 있고. 그래서 이곳으로만 와요. 이 일대에서는 최고의 ‘구두박사’예요.”

손님의 말에 멋쩍은 듯 웃는 주인의 미소에 넉넉함이 묻어난다. 정겨운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구둣방. 30여 년 구두를 매만지며 지내온 인구부(67)씨(사진 왼쪽)의 일터다.

구둣방 안에는 인씨의 오랜 경력을 대변하듯 손때가 묻은 낡은 공구들과 구두약, 슬리퍼, 잡지, 신문 등이 보기 좋게 정돈돼 있다.

“손재주가 팔방미인이 되지 않고는 못해요. 신발 종류도 많고 자제도 다양해서 접착제를 쓰는 일조차 다 달라요. 제대로 하려면 많이 경험하고 창의적으로 연구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야 하죠.”

돈을 넘어서 ‘내 신발을 고친다’는 마음으로 구두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 인씨의 실력은 근방에서는 가장 뛰어나기로 정평이 났다. 입소문을 타고 수색, 연신내, 불광동은 물론 일산 등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수선을 맡기면 ‘내 정성을 알아주는구나’라는 생각에 기쁘고 보람을 느끼죠.”

인씨의 구둣방이 성황을 이루는 것은 감쪽같이 망가진 부분을 고치고 닳아진 곳을 꼼꼼하게 교체하는 수선 실력 외에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광택을 낼 때 불을 이용하면 힘들이지 않고 빨리 광을 낼 수 있죠. 하지만 광택이 오래 가지 않아요. 불 때문에 가죽도 상하고. 저는 옛날 식으로 해요. 힘으로만. 시간도 힘도 배로 들지만 광택도 오래 가고 더 자연스러운 빛깔을 낼 수 있어요.”

그 때문인지 인씨의 양 손바닥은 유독 하얗고 손톱은 무뎌져 평평하게 펴졌다.

하지만 “언제나 즐겁게 일해요. 주위 사람들이 표현하기를 나이 헛먹었대요. 맞는 말이죠. 마음은 이팔청춘이니까요”라며 활짝 웃어보이는 인씨.

중견관리자로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구두를 고치며 삶을 보람으로 채우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사업실패, 가정불화, 경제고 등이 주는 스트레스로 얻은 결핵성늑막염이 인씨의 생명을 앗아갈 무렵이었다. 소일거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구두 공장에서 잠시 일한 경험을 살려 시작한 일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처음엔 창피하기도 했죠.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좋아지는 거예요. 일에도 재미가 붙었어요. ‘어떻게 고칠까’라며 연구하고 내 손을 거치면서 더 튼튼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구두를 보는 게 큰 기쁨이 됐죠.”

건강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신심(信心)에도 힘을 쏟았다. 벗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신심을 전하며 광포확대에도 매진했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실의에 빠졌을 때, 인내라는 용기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고경에 잠길 때도, 앞날이 암담하게 생각될 때도 틀림 없이 있으리라. 1년간 계속 비가 내린 적이 없듯이, 반드시 맑게 갠 날이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법이다”라는 이케다 SGI 회장 저서 ‘인생초’의 구절을 되새겼다. 그렇게 병고와 경제고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즐겁게 사는 인씨.

“다른 사람들 눈에는 부족하고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제2의 인생을 열어 준 고마운 일이죠.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때 마다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신심 덕분입니다. 보은하는 마음으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일할 생각입니다”라며 힘주어 말한다.

든든하게 장성한 두 아들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로 성장하고 있으며, 언제나 곁을 지키며 인씨의 건강을 기원하는 아내는 얼마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해 늦깎이 공부를 마쳤다.

창제근본으로 인간변혁에 힘쓰며 넉넉한 인품으로 회원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인씨는 주위에 모범이 되고 있다.

“사회의 빛이 되고 싶다”는 그는 매일 아침 구둣방 문을 열자마자 길가를 청소하며, 길을 묻는 행인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수선해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요즘 들어 부쩍 일이 많아져 쉴 틈이 없다는 인씨. 반평생 타인을 빛내며 헌신해온 그의 삶이 광채를 더하며 태양처럼 빛난다.

“신심을 만나 행복하고 보람찬 인생을 살게 돼 감사할 따름이죠. 그것에 보답하는 일은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타인의 행복을 위해 진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성실하게 일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서대문권 모래내지역 부지역장



고현주(hjko@hknews.co.kr) | 화광신문 : 10/07/23 886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