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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우가포서 55년 동안 물질해온 해녀 김만순 씨
“반평생 물질해온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영원한 친구!”


산과 산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드넓고 청량한 바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늘과 맞닿아 펼쳐진 수평선과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운치를 더하는 울산시 북구에 위치한 정자 우가포. 이 곳이 바로 55년 동안 물질을 해온 해녀 김만순(72)씨가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바다에서 나는 온갖 수산물들이 지금까지 나와 가족들을 먹여 살렸어요. 거기다 아무리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바닷속에 들어가면 기분이 상쾌해져요”라고 말하는 김씨.

오랜 세월 물질을 해오면서 바다는 어느새 김씨에게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행복을 건져 올리기 위해 김만순씨는 오늘도 기원으로 생명을 무장하고 바다로 나선다.



작은 포구 마을로 다른 어촌들처럼 지역 특산품이 있는건 아니지만 돌미역, 왕게, 해삼, 전복, 성게 등 수산물이 풍부해 거둬들이는 대로 다 소득이 된다.

요즘은 겨울이라 바람이 차고 파도가 세서 매일같이 작업하기가 어려워도 바람이 좋고 파도가 잔잔할 때에는 한번 나가면 5일씩 작업을 해서 넉넉하진 않지만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용돈을 주고 저축할 정도의 수입을 거뜬히 올리고 있다.

또 대부분의 수산물은 어촌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따로 잡아와서 먹는다거나 파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돌미역만큼은 개별적으로 재배, 수확해 판매가 가능해 제일 애정이 간다고.

김씨가 물질을 시작한 것은 55년 전인 17세 때. 제주도에서 온 사람들이 물질로 돈을 벌어 돌아가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잔심부름을 하면서 물질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지금까지 업이 됐다.

바다는 양날의 검과도 같아서 풍족한 수산물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김씨 또한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로 생계를 꾸려왔고, 마음의 위안도 얻고 있지만 젊은 날 남편을 잃은 곳 또한 바다였다.

“39세 때 바다에 나간 남편이 주검이 되어 돌아 왔을 때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바다였죠.”

바다에 작업을 하러 나갈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는 김씨지만 누구보다도 바다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바다에 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진지하게 창제를 하며 안전과 성공적인 작업을 기원한다.

김씨가 불법(佛法)을 만난 것은 22년 전인 1988년. 남편을 먼저 보내고 밤낮없이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몸 구석구석이 아팠다. 급기야는 밥 한 수저조차 넘길 수 없는 상태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한 이웃이 신심으로 후두암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입회했다. 그 뒤 창제 시간을 점차 늘려가면서 몸이 건강해져 지금까지도 다른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하며 물질을 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딸을 심장마비로 남편 뒤를 따라 보내면서 신심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어본존에게서 멀어지면 안 된다. 고난의 때야말로 신심의 마음을 강하게 하고 창제에 면려하기 바란다’라는 스승의 스피치대로 더욱 열심히 살아 왔습니다. 앞으로도 임종의 순간까지 이 불법을 수지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신심으로 희망을 전하고 행복을 전할 겁니다.”


학성권 화봉지부 婦회원



장선아(sajang@hknews.co.kr) | 화광신문 : 10/01/08 859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