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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담

법화경에는 '모든 인간은 일체 차별 없이, 더없이 존귀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한국전통민속가옥연구가 이정범씨
한국전통민속가옥연구가 이정범씨
(일산권 반장)

조상의 얼 전통가옥 연구 30년 문화발전 선구 서다!
가옥문화재 등 미니어처로 전통문화 발전시킬터

경기도 고양시 강매동에 위치한 천막으로 된 어느 하우스. 그 안에서는 연신 똑똑 대며 마치 나무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흘러 나온다. 그 소리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눈앞에는 소인국에 온 듯한 진풍경이 펼쳐진다. 옛날 우리네 고향을 생생하게 옮겨 놓은 듯한 미니어처 마을이다.

흐드러지게 핀 들꽃과 나무들, 마을을 이루는 수십 채의 초가, 기와집, 너와집 등에서는 당장이라도 소인이 마중 나와 인사를 건넬 것만 같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물은 물레를 돌리며 방아를 찧는데 바깥으로 스며 나온 그 소리는 바로 이 물레방아가 내는 것이었다.

이 미니어처 마을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할 한국전통민속가옥연구가 이정범씨가 일일이 손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더욱이 작품 하나하나에는 실제 가옥을 건축한 숱한 경험과 지난 30년 동안 현장을 답사하고 고증을 들어 연구해온 전통가옥의 구조, 소재, 건축법 등이 그대로 재현돼 있어 그 생동감은 더욱 넘친다.

또 이씨의 작품들은 1999년 강원도국제관광엑스포를 비롯해 2000년 세계관광박람회, 2002년 우리꽃박람회, 2005년 고양국제꽃전시회 등에서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도 감동시키며 전통가옥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선사했다.

“전통가옥은 제가 지금까지 조사한 것만 해도 1백20가지가 넘습니다. 이는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 소재를 그대로 사용한 조상의 지혜에서 비롯됩니다. 집도 사람 체구에 맞춰 소담하게 짓고, 방 하나도 다양하게 쓰면서 작아도 무척 넓게 살았습니다. 반면 우리는 66.116m2이 넘는 집도 좁다고 난리입니다. 전통가옥은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이 스며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가옥이 근래 경제발전의 그늘에 묻혀 자취를 감춰 버린 데에 이씨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된 집이 옛집을 대신하고 이렇게 달라진 가옥문화와 더불어 우리네 전통과 생활양식 또한 크게 달라졌다고 이씨는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변화 속에서도 옛집을 그리워하는 향수는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이씨는 말한다.

“전시를 하다 보면 미니어처 마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립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향집에 돌아온 듯 신이 납니다. 어느 날은 매일 꿈에서 옛날 오두막집을 본다며 사진에 있는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70대 노인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중년뿐 아니라 모형 마을을 본 어린아이들도 만약 현실이 된다면 전통가옥에서 살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들은 초가와 같은 옛집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며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의 열정과 달리 전통가옥과 문화에 쏟는 관심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외국인들이 묻습니다. 이 훌륭한 일을 나라에서 지원하는지, 전수하는지 말입니다.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랄까 고집이랄까, 그런 것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때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에 깊은 서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10년 전부터 언론을 타면서 수많은 사업가에게 상품화의 회유도 받았지만 전통가옥을 연구하고 만드는 장인의 자존심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다. 이씨가 평생을 걸고 연구한 전통가옥이 학술, 예술, 사회 저변에 깊이 깔리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만약 제가 잘못되면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의 신심이 잘못된 거라는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머니 역시 언젠가 아들에게 소중한 것이 될 거라며 옛날부터 학회 관련 서적을 차곡차곡 모아 오셨죠. 부모님을 생각하면 숙연해질 뿐입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의 기원대로 길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모형 제작뿐 아니라 현재는 김포시에 전통가옥 공법을 그대로 살려 실제 주거할 집을 건축하고 있다. 또 이씨가 하는 일의 중요성에 공감해 그를 도우려는 연대 또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는 콩쥐 팥쥐, 흥부 놀부 등 우리 전래동화 얘기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하고, 근래에서 지금에 이르는 우리나라 가옥 변천사와, 저수지에 잠긴 마을 재현, 지역에서 보존하는 문화재 가옥을 미니어처로 남기는 일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워 두었다.

“전통민속가옥은 우리의 뿌리입니다. 조상들이 이어온 우리네 삶의 터전이며 우리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우리의 문화입니다. 이러한 우리 전통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는 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상도(sdlee@hknews.co.kr) | 화광신문 : 08/04/18 777호 발췌